‘성소수자 축복식’ 이동환 목사 다시 재판에

2023.06.18 08:30

감리회, ‘동성애 찬성·동조’ 이유로 이동환 목사 기소

지난해 정직 2년 받은 후 8개월 만에 또 직임 정지돼

징계무효 소송선 감리회 한 줄짜리 답변 제출도 논란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이동환 목사가 지난 6월 13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사무실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 정희완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이동환 목사가 지난 6월 13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사무실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 정희완 기자

[주간경향]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이동환 목사(42)가 또다시 징계 위기에 놓였다.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 등을 금지한 교회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교단 내에서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감리회는 이 목사가 성소수자를 위해 펼친 각종 활동과 발언을 문제삼았다. 앞서 이 목사는 지난해에도 같은 조항을 위반했다는 사유로 정직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 목사가 교단의 정직 처분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소송에서 감리회 측이 4개월 만에 한 줄짜리 답변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법원이 무변론 선고기일을 지정한 이후에야 반응을 보인 것이다. 전형적인 ‘시간 끌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감리회 측은 “성실하게 재판에 임하겠다”고 했다. 법원이 이번 소송을 각하하지 않고 인용·기각 등의 판단을 내린다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직 선고 8개월 만에 다시 재판에

이동환 목사는 지난 6월 8일 감리회 경기연회 심사위원회로부터 기소장을 받았다. 심사위원회는 검찰에 해당한다. 심사위원 6명 전원 찬성으로 이 목사를 기소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심사위원회는 이 목사가 교회법인 ‘교리와 장정’의 3개 조항을 위반했다고 적시했다. 핵심은 성소수자를 위한 이 목사의 활동 등이 ‘동성애를 찬성·동조하는 행위’를 금지한 조항에 저촉된다는 것이다. 교회법은 기소된 사람의 직임을 정지하도록 규정한다. 이에 따라 이 목사는 최소한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목회활동을 할 수 없다.

이 목사는 지난해 한 차례 징계가 확정된 이후 불과 8개월 만에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앞서 이 목사는 2019년 8월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식을 집례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1심 법원에 해당하는 경기연회 재판위원회는 정직 2년을 선고했고, 2심 법원인 총회 재판위원회가 2022년 10월 원심을 확정했다. 감리회 재판은 2심제다. ‘2년’은 정직으로 부과할 수 있는 최대 기간이다.

이 목사가 이번에 기소된 건 고발장이 교단에 접수된 데 따른 것이다. 감리회 소속 목사와 장로 등 8명은 지난 3월 이 목사를 고발했다. 고발장에는 이 목사가 2020년 12월 제3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재차 축복식을 진행한 점, 2021년 6월과 2022년 7월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해 각각 대형 무지개 깃발을 흔들고 부스 활동을 한 점을 거론했다. 또 이 목사가 ‘Q&A(큐앤에이)’라는 기독교 내 성소수자 운동단체를 설립한 점도 언급하며 이 단체를 “친동성애 성향”이라고 표현했다. 고발인들은 “이 목사가 여러 퀴어축제에 적극 참석할 뿐 아니라 교리와 장정을 폄훼하고 한국 교회를 비방하며, 친동성애 단체를 만들어 교회의 기능과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또 이 목사가 과거 포럼이나 언론 인터뷰에서 교회를 비판한 내용을 두고 “교회를 모함 및 악선전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한국 교회가 하락세를 겪기 시작한 것은 교회 내부의 도덕적 문제 때문”, “교회는 반성은커녕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렸다. (…) 동성애라는 적을 상정했다”, “한국 교회는 우리 사회의 인권 진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됐다” 등이다.

“재판 통해 동성애 조항 문제점 알려지길”

이 목사는 고발장에 담긴 사실관계는 인정한다. 우선 고발인들이 자신의 교회 비판 발언을 문제삼은 것을 두고 이 목사는 “많은 사람이 하는 말이고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이 쓰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관건은 ‘동성애 찬성·동조 금지’ 조항이다. 이 목사는 자신의 활동이 이 조항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찬성·동조라는 개념이 모호하다는 취지다. 나아가 찬성·동조에 해당하더라도 이 조항 자체가 문제가 있다며 “법에 불복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16일 서울광장에서 개최된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시민들이 잔디밭에 무지개 깃발을 펼쳐놓은 채 행사를 즐기고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이동환 목사도 이 행사에 참여했다. / 한수빈 기자

지난해 7월 16일 서울광장에서 개최된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시민들이 잔디밭에 무지개 깃발을 펼쳐놓은 채 행사를 즐기고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이동환 목사도 이 행사에 참여했다. / 한수빈 기자

이 목사는 심사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본인의 신념이 다르다고 해도 감리회 목사라면 교회법을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에 이 목사는 해당 조항이 목회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라고 항변했다.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 이미 수많은 성소수자 교인이 교회 내에 존재한다는 얘기다. 이 목사는 “성소수자들이 동성애 조항 때문에 교회에서 밀려나고, 상처받는다면 법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성경에 담긴 사례를 들며 이렇게 부연했다. “예수님은 안식일에 병든 사람을 치료했다. 그런데 율법에 따르면 안식일에는 일을 하면 안 된다. 이 때문에 율법학자인 바리새인들은 예수님을 나무랐다. 예수님은 그러나 사람을 위해서 안식일이 있는 것이지, 안식일을 위해서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교회법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위해서 법을 만드는 것 아닌가.”

이 목사는 또 “그러면 감리교를 나가서 활동을 하라”, “동성애가 죄냐, 아니냐”라는 질문도 받았다고 했다. 이 목사는 “감리교를 사랑하기 때문에 교단 내에서 잘못된 것을 바꿔나가고 싶다”라며 “사랑은 찬성이나 반대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성경을 근거로 ‘동성애는 죄’라고 편하게 규정하지만, 성경에는 이를 반박할 수 있는 내용이 상당히 많다”고 반론했다.

이 목사는 이번 재판에서 “예단하긴 어렵지만 무죄가 나오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을 통해 동성애 조항의 폐지를 공론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성소수자를 위한 활동을 하면서 이들이 어떻게 신앙생활을 하는지, 어떤 압박을 겪고 죽어가는지 직접 목격했다”라며 “이번 재판 과정에서 동성애 조항이 얼마나 잘못됐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낡은 법인지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직임이 정지된 것을 두고 “교인들에게 미안하다”라며 “지난번에 징계로 직임이 정지됐을 때처럼 교인들이 방치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했다.

4개월 만에 한 줄짜리 답변서

이 목사는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에 징계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교단이 내린 정직 2년 처분이 부당하기 때문에 무효라는 게 청구 취지다. 소장이 법원에 접수되면 법원은 해당 소장의 부본을 피고에게 전달한다. 그러면 피고는 이를 반박하는 내용 등이 담긴 답변서를 법원에 30일 이내에 제출해야 한다. 법원은 변론기일을 지정해 양측의 주장을 들으면서 본격적인 심리를 진행한다. 이후 선고기일을 잡아 결론을 내린다.

그런데 감리회 측은 두 달이 되도록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대리인(변호사)을 선임한 사실을 담은 소송위임장조차 내지 않았다. 이에 이 목사 측은 지난 4월 법원에 무변론 선고를 내려 달라고 요청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지난 6월 14일 선고를 하겠다며 일정을 잡았다. 민사소송법에 따르면 피고가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청구의 원인이 된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간주하고 변론 없이 판결할 수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가 지난 6월 8일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 한 줄짜리 내용이 담겨 있다. 이동환 목사는 지난 2월 정직 2년의 징계 처분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감리회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 이동환 목사 제공

기독교대한감리회가 지난 6월 8일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 한 줄짜리 내용이 담겨 있다. 이동환 목사는 지난 2월 정직 2년의 징계 처분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감리회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 이동환 목사 제공

그러자 감리회 측은 선고기일을 일주일 앞둔 지난 6월 7일 법원에 답변서를 제출했다. “추후 소송대리인을 선임해 상세히 다투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이에 따라 법원은 무변론 선고를 취소하고 오는 8월 30일 변론을 열기로 했다. 소송 제기 이후 4개월 동안 조금의 진전도 없던 재판이 6개월 뒤에야 첫 변론이 열리게 된 셈이다. 이 목사를 대리한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무변론 판결 선고기일이 잡힌 뒤 한 줄짜리 형식적인 답변서를 낸 건 재판을 지연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감리회 측은 “사안이 민감한 만큼 내부적으로도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 대리인 선임이나 답변서 제출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라며 “성실하게 준비를 하려다 보니 시간이 필요했다. 앞으로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해명했다.

이 목사 측은 법원이 무변론이지만 선고기일을 잡았다는 것 자체를 긍정적으로 본다. 법원이 최소한 각하하지는 않으리라고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소송의 첫 번째 관문은 법원이 이 사안을 실질적으로 심사할지 여부다. 법원은 종교의 자유를 이유로 종교단체 내부의 결의와 관련한 사안은 심사를 자제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런 이유로 법원이 이 목사 사건도 소송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며 각하를 선고할 가능성도 있다. 최 변호사는 “감리회 측이 재판 과정에서 각하를 계속 주장하면 법원이 각하 여부를 다시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법원이 일단 선고기일을 잡았다는 건 소송의 형식적 요건에는 흠결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이 교회법상 동성애 조항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한다면 그 결과에 따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목사 측은 해당 조항이 헌법이 보장하는 각종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본다. 교회법이긴 하지만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기 때문에 법원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 목사가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교회법에 따라 교회 밖 소송에서 패소하면 추가로 처벌을 받는다. 정직, 면직, 출교 등으로 수위가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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