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대통령 지원기관”“또 해명자료 나갑니다”···1년여 휘몰아친 ‘표적 감사’

2023.06.29 06:00 입력 2023.06.29 06:14 수정

최재해 감사원장(왼쪽)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난해 10월11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최재해 감사원장(왼쪽)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난해 10월11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해 7월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최재해 감사원장은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의 “감사원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인가”라는 질문에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소속인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귀를 좀 의심케 한다”며 “달리 할 말이 없느냐. 헌법이나 법률에 규정도 되어 있지 않은 발언을 했길래 한번 확인을 해보는 것”이라고 했다. 여당 의원까지 깜짝 놀라 발언을 정정할 기회를 준 것인데, 최 감사원장은 “대통령이 국정을 잘 운영하도록 감사원이 도와주는 그런 역할을 하는 기관이냐는 것으로 (질문을) 받아들여서 그렇다고 말씀을 드렸다”며 앞선 발언을 재확인했다.

지난해 10월5일 정부서울청사. 국무회의 직전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메시지는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가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는 내용이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가 감사위원회 의결없이 진행됐다는 보도에 대한 해명자료를 내겠다는 취지인데, 직무상 독립적으로 행정부를 감사하는 기관인 감사원 실세가 대통령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현장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불과 하루 전 윤석열 대통령은 감사원의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 시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감사원은 헌법기관이고 대통령실과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그런 기관이라 대통령이 뭐라고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거리를 뒀다. 그런데 이 말과는 정반대되는 긴밀한 소통 장면이 증거로 남은 것이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난해 10월5일 영상국무회의가 열린 정부서울청사 회의장에서 이관섭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수석에게 ‘서해 피격 사건’ 감사 문제를 지적한 언론 보도에 대한 대응 조치로 보이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뉴스1. 이미지 크게 보기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난해 10월5일 영상국무회의가 열린 정부서울청사 회의장에서 이관섭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수석에게 ‘서해 피격 사건’ 감사 문제를 지적한 언론 보도에 대한 대응 조치로 보이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뉴스1.

감사원 독립성에 의구심을 던지는 이 두 장면은 당시에도 논란거리였지만 일각에서는 일회성 해프닝 정도로 치부됐다. 그러나 감사원이 훈령을 바꿔 국무총리에게 감사청구권과 사전협의권을 부여하고 감사원법도 개정해 해당 내용을 반영하겠다고 지난해 하반기 업무계획에 기재한 것을 보면, ‘대통령 국정운영 지원기관화’가 현 감사원 수뇌부의 기본 방침이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감사원은 유 사무총장 취임과 훈령 개정이 이뤄진 지난해 6~7월을 시작으로 전 정권 임명 인사·기관, 정부 비판 세력 등을 향해 사정의 칼날을 휘둘렀다. 취임 이틀 만에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에 착수해 전직 국가안보실장·국가정보원장·국방부 장관 등 20명을 검찰에 수사요청했고, 현직이지만 전 정권에서 기관장이 임명된 국민권익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본감사를 실시했다. 문재인 정부 때 추진된 신재생에너지사업, 코로나19 백신 관리·재난지원금 감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단체장을 지낸 경기도·성남시 기관정기 감사 등이 실시됐거나 감사계획에 올랐다. KBS·MBC 등 공영방송을 겨냥한 경영진·이사회도 감사 대상이었다. 반면 현 정권에 부담이 될 만한 이태원 참사 등에 대한 감사는 최고 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가 올해 연간 감사계획에 넣기로 의결했음에도 그런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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