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승차만 가능’ 월 6만 5000원 무제한 정기권 내년 상반기 도입

2023.09.11 11:00 입력 2023.09.11 18:03 수정

서울서 승차한 지하철·버스 대상 혜택

신분당선 제외···경기·인천 광역버스도

‘따릉이’도 1시간 이용권 무제한 이용

지난 3월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개찰구 모습. 성동훈 기자

지난 3월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개찰구 모습. 성동훈 기자

내년부터 서울 지역 지하철과 시내·마을버스를 무제한 탈 수 있는 ‘대중교통 정기권’이 도입된다. 가격은 월 6만5000원이다. 서울 시내에서 승차해 수도권으로 갈 수는 있으나 서울 외 지역에서 정기권으로 탑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도권이 하나의 생활권이라는 점에서 경기도와 인천시는 서울시의 통합 정기권 도입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정기 이용권 ‘기후동행카드’를 내년 1~5월 시범 판매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해당 정기권으로 서울 지하철은 1~9호선과 경의·중앙선, 분당선, 경춘선, 우이신설선, 신림선까지 모두 탈 수 있다. 기본요금이 다른 신분당선은 제외된다.

버스는 노선 면허 지역을 기준으로 서울 시내·마을버스를 전부 이용할 수 있다. 경기·인천 등 다른 지역 버스나 요금이 다른 광역버스는 서울 안에서도 이용할 수 없다.

서울 공공자전거인 ‘따릉이’ 1시간 이용권 역시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이르면 내년 9월 한강의 정규 교통수단으로 도입을 검토 중인 수상버스(리버버스)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에서 정기권으로 승차한 후 경기·인천 등에서 하차는 가능하지만 서울 외 지역에서 기후동행카드로 승차할 수는 없다.

내년부터 서울 시역에 도입되는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 정기권 사용 범위. 서울시 제공

내년부터 서울 시역에 도입되는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 정기권 사용 범위. 서울시 제공

정기권은 한 달 단위로 충전해 쓰는 방식이다. 시범 운영이 끝나는 내년 5월 말에 충전하면 6월까지 사용할 수 있다. 내년 7월 계획대로 사업을 본격 추진되면 공백 없이 제도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서울시는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 교통카드(티머니) 이용 기준으로 기후동행카드 구매가 이득인 시민은 약 50만명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들이 정기권으로 대중교통을 탑승하면 1인당 연간 34만원 이상 할인 혜택(따릉이 포함)을 볼 것으로 서울시는 분석했다.

한 달에 지하철을 60회 타고 월 5000원 따릉이 정기권을 이용 중이라면 다음달 인상되는 지하철 기본요금(1550원) 기준으로 교통비가 월 9만8000원에서 6만5000원으로 3만3000원 정도 절약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중교통 등 다양한 이동 수단에 무제한 탑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하철만 가능했던 기존 정기권에서 범위가 확장됐다”며 “이용 횟수 제한이 있고 사후 환급과정 등이 필요한 다른 교통 패스와도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교통수단별 온실가스 배출량과 이동 분담률 추이. 서울시 제공

교통수단별 온실가스 배출량과 이동 분담률 추이.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통합 정기 이용권을 도입하는 것은 8년 만에 시내버스와 지하철 요금이 오르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시민들의 고정 생활비인 교통비 부담을 더는 한편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환경이 일상화되면서 감소한 대중교통 이용률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루 인구 통행량 중 교통수단별 비중을 나타내는 수단분담률을 보면, 대중교통 비중은 2018년 65.1%에서 2021년 52.9%로 10%포인트 이상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승용차 비중은 24.5%에서 38%로 급증했다. 이 같은 변화는 탄소배출을 늘린다는 우려와 함께 수년째 큰 폭의 적자로 공공 지원이 커진 지하철·버스의 재정 상황에 악영향을 미친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이용률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종사자 100인 이상 기업에서 기후동행카드를 구매해 임직원에게 배부할 경우 교통유발부담금을 감면 혜택을 주는 등 강력한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 정책도 병행한다.

또 서울 시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17%(연간 약 763만t)를 차지하는 수송 분야 탄소 감축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정기권으로 주중 출퇴근이나 주말 차로 이동하던 시민들이 대중교통으로 전환해 연 1만3000대의 승용차 이용이 줄면 온실가스를 연 3만2000t 감축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독일은 지난해 9유로(약 1만2000원)짜리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 정기권 약 5000만장을 발행해 3개월간 시범 적용한 결과 대중교통 이용이 25% 증가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180만t 줄이는 효과를 봤다.이에 올해 5월부터 월 49유로 ‘도이칠란드 티켓’(D-Ticket)을 도입해 석 달 만에 1100만장이 판매됐다. 신규 대중교통 이용자가 약 100만명 늘어난 것이다.

서울시의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권은 5개월간 시범 운영 후 제도 보완을 거쳐 내년 하반기에 방식 등이 확정될 예정이다. 이 정기권은 3000원을 내면 구매할 수 있는 실물 카드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우선 구글 안드로이드만 앱에 적용한 뒤 시범 운영 기간 중 애플 iOS를 개발해 아이폰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서울시가 대중교통 통합 정기권을 현재 서울 지역만 적용되는 것을 가정해 시범 운영 5개월간 투입하는 재원은 750억원 수준이다.

윤종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서울 시내버스와 지하철 기본요금 인상분의 10% 정도를 시민에게 돌려주는 차원에서 해당 재원을 정기권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할인뿐 아니라 따릉이 이용, 대중교통 전환 등에서 사회·경제적 편익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인접 지자체와 사전 협의 없었다”
인천시 “수도권 3자 협의체 통해 풀어야”

서울시는 1회당 평균 요금과 하루 탑승 횟수 등을 따져봤을 때 기후동행카드로 월 40회 이상 대중교통을 타는 경우 승객으로서는 이득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환승 체계로 연결된 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까지 확장되지 않으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경기도는 이날 서울시의 통합 정기권 도입과 관련해 “인접 지자체와 사전 협의 없는 발표”라며 반발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하나의 생활권인 수도권 교통 문제는 공동의 노력이 요구되는 난제”라며 “2600만명의 문제를 단독으로 일방 추진하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시는 정기권 운영 재원을 지자체와 운송기관이 절반씩 부담하는 것으로 틀을 만든 상황이어서 해당 제도에 동참할 경우 경기도와 인천시 역시 재정 부담을 져야 한다.

인천시도 즉각 자료를 내고 통합 정기권 운영 취지는 공감하지만 일방 출시에는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인천시는 “수도권 교통문제는 인천·서울·경기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라며 “범정부적으로 추진하는 대중교통비 지원사업인 K-패스 사업이 내년에 전국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서울시의 통합환승 정기권 운영 추진 여부는 수도권 3자 협의체를 통한 K-패스와의 중복문제 해소, 추가 소요 예산 등을 논의해 공동으로 협의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K패스는 대중교통 20회 이상 이용 시 최고 20%를 할인해주는 교통카드다. 정부가 내년 7월 도입을 구상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K패스는 할인이고 기후동행카드는 정기권이라 접근이 다르다”며 “정책 간 선의의 경쟁이 이뤄져 (승객의) 이용 패턴에 따라 어떤 것이 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것이냐로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수도권 교통은 운명 공동체”라며 “도입까지 남은 4개월간 경기·인천과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교통 분야 기후위기 대응은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가 핵심으로 친환경 버스·전기차 택시 보급과 공공자전거 확대 등 하드웨어를 교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기후동행카드로 국제 유가 상승과 전 지구적 기후위기 징후에 대응할 뿐 아니라 요금인상에 따른 가계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와 인천시가 반발하자 서울시는 이날 뒤늦게 “수도권 지자체 국장급 ‘실무협의체’를 구성·운영해 시범사업 전까지 수도권이 공동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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