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애니메이터 “혐오 표현 발굴해내는 사람들 ‘어불성설’”

2023.12.08 15:56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온라인 집게 손가락 억지 논란, 더이상 용납할 수 없다’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12.08 권도현 기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온라인 집게 손가락 억지 논란, 더이상 용납할 수 없다’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12.08 권도현 기자

“여러분 주먹 한 번 쥐어보시겠어요? 엄지손가락 한 번 펴보시고, 검지 중지 약지 새끼손가락 한 번 펴보십시오.”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이 8일 토론회를 시작하며 참여자들에게 주먹을 쥐었다가 손가락을 하나씩 펴볼 것을 요청했다. 애니메이션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밝힌 장 의원은 “각각의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텐션이 다 다르다”며 “고등학교 3년 동안 애니과 친구들이 손을 이루고 있는 27개의 뼈, 24개의 근육, 32개의 관절을 하나하나 그려가며 실력을 만드는 과정을 봤다”고 했다.

장혜영 의원실, 한국여성민우회, 한국게임소비자협회 등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온라인 집게손가락 억지 논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부당한 사상검증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데는 기업, 정부, 정치인 모두가 책임이 있다”고 했다.

장 의원은 ‘집게 손가락 논란’의 당사자인 스튜디오 뿌리의 애니매이터 A씨가 보낸 발언문을 대독했다. A씨는 발언문에서 “작업물로 누군가를 조롱하겠다고 한 적도, 조롱한 적도 없다”고 했다. A씨는 “저들의 주장대로 은근슬쩍 혐오 표현을 넣었다면 내가 작업한 그림에만 (집게 손가락이) 있어야 하지만 작업하지 않은 그림, 입사하기도 전 그림에서 혐오 표현을 발굴해내고 있다”며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A씨는 “논리에 맞지 않는 소수의 악성 민원에 귀를 기울이지 않길 바란다”고 발언문을 마무리했다.

8일 국회에서 열린 ‘온라인 집게 손가락 억지 논란, 더이상 용납할 수 없다’ 토론회에서 참여자가 자료집을 들고 있다. 2023.12.08 권도현 기자

8일 국회에서 열린 ‘온라인 집게 손가락 억지 논란, 더이상 용납할 수 없다’ 토론회에서 참여자가 자료집을 들고 있다. 2023.12.08 권도현 기자

김유리 전국여성노동조합 조직국장은 “페미니즘 사상검증은 명백한 차별임을 이미 국가가 인정했다”고 했다. 김 국장은 “2019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일러스트레이터의 성향 등을 이유로 용역계약체결을 거부하거나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권고안을 내놓았고,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페미니즘 관련 이슈에 동의를 표해서 온라인상에서 혐오의 대상이 된 사건과 관련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류하경 정의당 변호사는 “법적으로도 당연히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류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상 회사가 노동자에게 해고 등 불이익 처분을 하려면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 있는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류 변호사는 “조롱의 고의가 있더라하더라도 첫 번째로 회사 업무와 무관하고, 두 번째로 현저하게 근로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불법행위로 인해 회사의 손해가 발생했다는 인과관계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류 변호사는 “넥슨 관계자가 저에게 상담을 받으러 온다면 노동자가 아닌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게 승산이 높다고 조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부 정치인이 논란을 이용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전 비대위장은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공적 발언을 통해 사이버 불링에 동조하고 차별과 혐오를 통해 입지를 굳히고 있다”면서 “사건 자체를 왜곡하는 발언을 하고 사실관계가 바로잡힌 뒤에도 사과하지 않은 정치인들을 더 이상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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