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500일 만에…부실 대응 ‘윗선 책임자’ 김광호 전 서울청장 재판 시작

2024.03.11 16:45 입력 2024.03.11 17:20 수정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를 받는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미지 크게 보기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를 받는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의 재판이 11일 시작됐다. 2022년 10월29일 참사가 발생한지 500일 만이다. 김 전 청장 측은 압사 사고를 예측할 수 없었기에 도의적·정치적 책임과 별개로 법적 책임은 질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향후 재판에서는 김 전 청장에게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책임’이 있었는지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유가족들은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재의결을 요구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합의12부(재판장 권성수)는 이날 오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청장과 참사 당시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한 류미진 총경, 정대경 전 서울경찰청 112상황3팀장의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청장은 참사 발생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의 ‘핼러윈 데이를 앞둔 분위기 및 부담 요인’ 등 4건의 내부 보고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이 ‘촘촘한 사전대책을 마련하라’는 취지의 막연한 지시만 했을 뿐 구체적·실효적 지시를 내리지 않아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김 전 청장은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인파 운집을 넘어 압사 사고라는 ‘구체적 위험’을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과실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김 전 청장 측 변호인은 “결과만 놓고 법적 책임을 지라는 건 전근대적 형사법에 근거한 것”이라며 “언론인이나 호사가 중에서는 (김 전 청장에게) 예측 가능성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는 비현실적이며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대책회의 활동가들이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김광호 전 서울청장을 엄벌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미지 크게 보기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대책회의 활동가들이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김광호 전 서울청장을 엄벌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김 전 청장 측은 검찰 기소의 정당성도 문제 삼았다. 서울서부지검 이태원 참사 수사팀은 경찰이 김 전 청장 등을 불구속 송치하고 1년이 넘도록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다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권고를 받고 지난 1월19일 기소했다. 김 전 청장 측 변호인은 “일반인이 포함된 수사심의위 권고로 기소된 것은 비법률적 판단에 근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사안이 중대하고 기소가 늦게 이뤄진 점 등을 고려해 재판을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사소한 부분 말고 큰 틀에서 다투면서 빠르게 재판을 진행하려 한다”라면서 “다른 관련 재판과 겹치는 증인이 있으면 해당 증인신문조서를 받는 쪽으로 하면 좋겠다”라고 했다.

유족 측은 재판이 열리기 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책임자를 엄벌해달라”라고 촉구했다. 고 임종원씨 아버지 임익철씨는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 참사에서 제대로 된 사과와 반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지 않았다”라며 “이런 현실에 유족들은 절규하고 있다. 부디 이 땅에 사법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달라”라고 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대책회의 활동가들이 11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 앞에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을 엄벌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미지 크게 보기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대책회의 활동가들이 11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 앞에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을 엄벌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양성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태원 참사 태스크포스 소속 변호사는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참사 책임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라고 말했다. 양 변호사는 “참사 500일이 지난 지금까지 참사 대응과 직접 관련된 이들의 재판은 결론 난 것이 없고, 윗선 책임자인 김 전 청장의 재판은 이제야 시작됐다”라며 “재판부가 신속성을 언급한 것은 이런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재판장 배성중)도 이날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재판을 열었다. 박 구청장 재판은 증인신문 절차가 마무리되고 영상·자료 등 증거조사만 남겨둔 상태다. 용산시민행동은 박 구청장 엄벌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온·오프라인에서 받은 582명의 서명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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