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로 미뤄뒀던 ‘영수증’···정국 흔들 사건 진행 탄력받나

2024.04.11 17:12 입력 2024.04.12 17:25 수정

4·10 총선이 ‘여소야대 구도 연장’으로 마무리됐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채 상병 사건 등 정부·사정기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 등 정치권이 그동안 선거를 이유로 미뤄왔던 주요 사건들이 재점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

이태원 참사 특별법 재의요구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지난 1월 30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통과 소식을 듣고 절규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이태원 참사 특별법 재의요구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지난 1월 30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통과 소식을 듣고 절규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30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정부·여당이 “국민 분열이 우려된다”고 건의한 것을 받아들인 것이었다. 법안은 국회로 돌아갔고 여야는 총선 이후 재표결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5월 말까지 재표결하지 않으면 특별법안은 자동으로 폐기된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독립적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그간 이뤄진 검·경 수사만으로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밝히지 못했기 때문에 조사위를 꾸려 진상을 규명한다는 취지다.

유가족들은 “우리에게 더 이상 정부는 없다”며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규탄해왔다. 정부가 특별법 대신 참사 피해지원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놓고선 “참사의 프레임을 진상규명에서 배·보상으로 바꾸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유가족과의 면담이나 진상조사를 하는 대신 이들이 요구한 적 없는 재정 지원을 내밀며 참사 국면을 일방적으로 끝내려 한다는 것이다.

야당이 다수를 차지한 22대 국회에선 특별법 제정 가능성이 커졌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는 11일 당선소감에서 “국회가 제대로 사실을 밝혀내고 억울함이 없도록 다시는 같은 일이 안 생기도록 방책을 꼭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22대 국회에 등원하면 특별법을 제1호 법안으로 제출하여 그날의 진실을 밝히고 유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총선 개입 논란

윤 대통령이 지난 1월 4일부터 3월 26일까지 24차례 진행한 민생토론회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수사도 주목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녹색정의당은 사실상 여당의 공약을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를 통해 발표하고 있다고 보고 “공무원 정치 중립 의무를 어겼다”며 윤 대통령을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선거법 위반 신고장을 냈다.

경향신문이 24차례 민생토론회 주요 내용과 토론회가 진행된 지역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 공약을 비교해보니 다수 내용은 여당 후보 공약에 반영돼 있었다. 여당 후보가 출마 선언을 하거나 공약을 발표한 직후 민생토론회에서 후보 출마 선언의 핵심어·공약이 강조된 예도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 2차, 경제분야 점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 2차, 경제분야 점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진행한 민생토론회가 ‘선거 개입’에 해당할지를 놓고는 갑론을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초 “선거와 전혀 무관하다”며 “오래 문제가 있던 지역을 찾아가 구체적인 해결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봐달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공무원의 지위에 있기 때문에 특히 선거운동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영향력 또는 편익을 이용하는 것”을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으로 보고 있다.

참여연대 신고를 받은 선관위는 사건을 경찰로 이첩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오는 29일 고발인 조사를 할 예정이다. 서울경찰청은 오는 18일 민주당 측 고발인 조사를 할 예정이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청부민원 의혹

지난해 12월 23일 국민권익위원회에는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가족·지인을 동원해 방심위에 ‘뉴스타파 인용 보도’ 민원을 넣었다는 의혹을 담은 신고서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류 위원장이 이해충돌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심의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류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7일 신고자가 ‘민원인 개인 정보를 유출했다’고 주장하며 서울남부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건은 서울경찰청에 배당됐다. 지난 1월 경찰은 방심위를 압수수색 한 뒤, 최근 방심위 관계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김준희 언론노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지부장이 지난 1월 15일 경찰의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민원상담팀 앞에서 류희림 방심위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정효진 기자

김준희 언론노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지부장이 지난 1월 15일 경찰의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민원상담팀 앞에서 류희림 방심위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정효진 기자

민주당·언론노조도 각각 남부지검에 류 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이라고 고발했다. 사건은 서울 양천경찰서에 배당됐다. 방심위에 따르면 이날까지 류 위원장이 공식 일정을 통해 양천서에서 조사를 받은 적은 없다. 양천서는 이날 민주당 측에 “피고발인 류희림 위원장에 대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사건에 대해 계속 수사 중이다”는 “중간 통지”를 보냈다.

권익위는 법상 60일인 조사 기간을 30일 연장해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권익위는 방심위 감사팀 등에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자 측은 이날 ‘류 위원장이 사적 이해관계자가 민원을 넣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는 증거’를 권익위에 추가로 제출했다.

김성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장은 “류 위원장과 방심위로 인한 사회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경찰에 엄격하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관저 불법 이전 의혹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전경. 대통령실 제공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전경.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 과정에 불법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한 감사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참여연대는 2022년 10월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 과정에서 직권남용과 부패행위가 없었는지 조사해달라며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은 같은 해 12월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 의사결정 과정에서 부패행위가 있었는지, 관저 이전 건축 공사 계약 과정에서 부패행위가 있었는지를 감사하겠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지난 2월 감사 기간을 오는 5월10일까지 연장하겠다고 통지했다. 감사실시 이후 5번째 기간연장이었다. 감사원은 이미 지난해 11월 4번째 연장을 통지할 당시 “실지감사 종료 후에 추가조사와 관련 기관·업체들에 대한 소명 절차를 마쳤다”며 “감사보고서 작성 등 감사 결과 처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이에 참여연대는 “4차 연장 통지 이후 3개월이 지났는데도 감사보고서 작성을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면서 “총선 이후로 감사 결과 발표를 미루는 것은 대통령실의 눈치를 보며 논란을 피하려는 정치적 의도”라고 비판했다.

감사가 오는 5월 끝난다고 해도 감사 결과 공개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감사 결과 보고서는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공개되는데 ‘정치감사’ 지적을 받아온 유병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과 그 측근인 김영신 전 감사원 공직감찰본부장이 감사위원으로 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감사원은 윤석열 정부 사안에 대해 줄곧 편향된 행태를 보여왔다”며 “감사원 독립성 논란의 중심에는 유병호 사무총장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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