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비장애 벽 허물고 함께 놀아요”···늘어나는 ‘통합놀이터’

2024.05.05 14:57 입력 2024.05.05 15:27 수정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어린이들과 부모들이 무장애놀이터인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꿈틀꿈틀놀이터에서 함께 뛰어놀고 있다. 김세훈 기자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어린이들과 부모들이 무장애놀이터인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꿈틀꿈틀놀이터에서 함께 뛰어놀고 있다. 김세훈 기자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서울 어린이대공원 ‘꿈틀꿈틀놀이터’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떠들썩했다. 언뜻 평범한 놀이터와 같아 보였지만 조금 다른 점들이 눈에 띄었다. 미끄럼틀이 설치된 놀이대는 긴 경사로로 이어졌다. 아이들은 바닥과 높이 차가 없는 회전무대에 매달려 빙글빙글 돌았다. 그네에는 등받이와 안전띠가 마련됐다. 이 놀이터는 ‘국내 1호’ 무장애놀이터(통합놀이터)였다.

통합놀이터는 장애·비장애 아동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놀이터다. 정부에서 밝힌 명확한 통합놀이터 지침은 없다. 놀이기구에 경사로를 설치했는지 휠체어에서 옮겨탈 수 있는 지지대가 있는지 등이 판단 기준이다. 김남진 무장애연대 사무국장은 “공간·예산 등 문제로 모든 놀이기구를 통합형으로 제작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통합형 놀이 기구가 20~30% 이상이면 통합 놀이터로 구분한다”고 말했다.

무장애연대는 지난해까지 전국에 조성된 통합놀이터를 31곳으로 집계했다. 전국 놀이터 중 0.03% 수준으로 수가 많지 않지만 확산하는 추세다. 김 사무국장은 “최근 서울시도 ‘거점형 놀이터 사업’ 등에서 통합형 놀이터 조성을 장려하는 등 지방자치단체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서울 종로구 교동초등학교에 두 학교가 함께 쓰는 통합놀이터가 국내 최초로 조성됐다. 교동초 옆에 있는 특수학교 경운학교 학생들이 놀이터를 함께 쓴다. 바닥과 높이 차이가 없는 회전무대,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우레탄 소재의 바닥, 완만하게 경사진 미끄럼틀 지지대 등 통합놀이터 요소가 반영됐다. 경운학교 관계자는 “원래 놀이터가 없었을 때는 체육 시간에도 실내 활동을 위주로 진행했다”며 “통합놀이터는 장애 아동 동선을 고려해 공간도 여유롭게 구성됐고, 미끄럼틀 경사도 완만해 학생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교동초등학교 통합놀이터에 높이차가 없는 회전무대와 올라가는 길이 완만하게 경사진 조합놀이대(미끄럼틀) 등이 설치돼 있다. 김세훈 기자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교동초등학교 통합놀이터에 높이차가 없는 회전무대와 올라가는 길이 완만하게 경사진 조합놀이대(미끄럼틀) 등이 설치돼 있다. 김세훈 기자

학부모들은 통합놀이터가 장애인식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11세 자폐 아동을 키우는 이해연씨는 재작년 동네에 통합놀이터가 만들어진 뒤 매달 한두 번씩 놀이터를 찾고 있다. 딸 또래의 아이들이 딸에게 아는 척을 하는 것이 이씨는 반갑다. 그는 “요즘은 놀이터에 가면 아이들이 먼저 ‘언니(이씨 딸) 뭐 해?’ ‘옆에서 놀아도 돼?’라고 물어보기도 한다”면서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생활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지체장애 아이를 둔 정순경씨는 “통합놀이터에 가면 놀 수 있는 놀이기구도 많아서 아이가 좋아한다”며 “통합놀이터 이용을 위해 서초구에서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 놀러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춰 무장애 놀이기구 시장도 커지고 있다. 한 통합놀이기구 제조업체 관계자는 “최근 지자체 등에서 발주를 맡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 매년 통합 놀이기구를 10건 이상씩 판매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애·비장애 아동이 함께 사용해 발생하는 안전사고에는 더 구체적인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경운학교 재학생 아이를 둔 유모씨(44)는 “놀이터에 나가 노는 건 좋지만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섞여있다 보면 돌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아이가 정글짐을 좋아하는데 일반 아동보다 오르는 속도가 느리다 보니 충돌하진 않을까 걱정이 들 때가 많다. 중재자가 상주해 있다면 조금 안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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