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압수수색 영장 90% 발부…내부서도 “영장 자판기 그만”

2024.05.06 20:57 입력 2024.05.06 21:02 수정

구속영장보다 10%P 높아

“개인정보 더 엄격히 봐야”

법원이 검찰 등 수사기관이 청구한 압수수색·검증영장 10건 가운데 9건 비율로 발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속영장과 비교하면 발부율이 10%포인트가량 높다. 최근 검찰의 ‘전자정보 통째 압수수색’ 관행에 대한 비판이 새롭게 제기되면서 영장에 대한 법원의 심사가 더 면밀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이 6일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원행정처에서 제출받은 통계를 확인했더니 전국 법원에 접수된 압수수색·검증영장 청구 건수는 2021년 34만7623건, 2022년 39만6807건, 지난해 45만7160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압수수색·검증영장 발부율은 2021년 91.3%(31만7496건), 2022년 91.1%(36만1613건), 지난해 90.8%(41만4973건)였다. 구속영장 발부율이 2021년 82%, 2022년 81.4%, 지난해 79.5%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10%포인트가량 높다. 압수수색·검증영장과 구속영장의 발부율 격차는 매년 벌어지고 있다.

기각률도 차이가 난다. 압수수색·검증영장 일부기각·기각률은 2021년 8.7%, 2022년 8.9%, 지난해 9.2%로 나타났다. 일부기각은 수사기관이 제출한 영장청구서 내용 중 법원이 심사를 통해 일부를 제한하도록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다. 전자정보 압수수색에서 ‘압수대상 및 방법제한’ 별지양식을 첨부하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일부기각률만 떼어보면 2021년 7.8%(2만7039건), 2022년 8.0%(3만1576건), 지난해 8.1%(3만7213건)로 나타났다.

구속영장 기각률은 2021년 17.8%, 2022년 18.6%, 지난해 20.5%를 기록했다. 압수수색·검증영장 기각률보다 2배 이상 높다.

구속영장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법원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어 피의자와 피의자 측 변호인을 불러 증거인멸 우려, 재범 위험성 등을 심사한다. 그러나 압수수색·검증영장은 검찰이 제출한 서류로만 심사가 진행된다. 그간 압수수색 영장 발부는 수사 필요성을 우선 인정해 대부분 발부하는 쪽으로 이뤄져왔다는 게 내·외부 평가다.

하지만 최근 검찰이 사생활이 담긴 전자정보를 ‘통째’로 압수수색하는 경우가 많고, 이에 대한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세밀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법원 내에서 나오고 있다. 한 부장판사는 “나름의 매뉴얼은 있겠지만 그간 법원이 신체를 구속하는 것보다 물건이나 자료를 압수하는 것에 대한 심각성을 낮게 봐온 것이 사실”이라며 “개인정보가 들어 있는 휴대전화 등 디지털정보에 대한 중요성을 더 엄격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균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지난달 8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판례연구회에서 검찰권을 제대로 통제하기 위해 영장단계에서 법원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 부장판사는 “법원이 형식적 법률주의에 입각한 심사에만 안주한다면 헌법이 부여한 임무를 게을리하는 것일 뿐 아니라 ‘영장 자판기’를 자처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특히 언론·출판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강제수사는 더욱 강화한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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