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대 두꺼비 산란지 ‘망월지’ 생태교육 현장 가보니

2024.05.08 15:54

대구 수성구 욱수동 망월지에서 지난 3일 지역 한 중학교 생태동아리 소속 학생들이 두꺼비 올챙이를 관찰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대구 수성구 욱수동 망월지에서 지난 3일 지역 한 중학교 생태동아리 소속 학생들이 두꺼비 올챙이를 관찰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지금은 사람의 손톱만큼 작지만 3년 뒤에는 손등만하게 커져요.”

지난 3일 대구 수성구 욱수동 망월지에서 생태투어 해설사가 두꺼비 올챙이 수십마리가 들어있는 상자를 옆에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날 지역 한 중학교 생태동아리 소속 학생 20여명은 상자 주변을 빙 둘러선 채 올챙이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대부분의 올챙이들은 뒷다리와 앞다리까지 나와 있었다. 일부는 꼬리가 떨어져 나간 상태였다. 본격적인 성장을 위한 이동 준비를 마친 셈이다. 수성구 관계자는 “발육 상태를 봤을 때 이달 중순 전후 올챙이들이 인근 욱수산으로 대거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올챙이들이 무사히 이동할 수 있도록 보호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국 최대 두꺼비 산란지인 망월지의 생태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에 속도가 붙고 있다. 교육관 건립과 생태축 복원 사업을 통해 생태 교육 등이 체계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8일 수성구에 따르면 구는 2026년 6월까지 망월지 북편 농지로 쓰이던 3298㎡ 규모의 땅에 ‘생태교육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국비 35억원 등 70억원을 투입한다. 여기에는 수장시설을 비롯해 전시실과 강의실 등을 설치하고, 생태교육을 위한 장소와 직접 생태환경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들어설 전망이다.

대구 수성구 욱수동 망월지에서 지난 3일 자라고 있는 두꺼비 올챙이의 모습. 뒷다리와 앞다리가 나온 개체가 눈에 띈다. 일부는 꼬리도 떨어져 있다. 백경열 기자

대구 수성구 욱수동 망월지에서 지난 3일 자라고 있는 두꺼비 올챙이의 모습. 뒷다리와 앞다리가 나온 개체가 눈에 띈다. 일부는 꼬리도 떨어져 있다. 백경열 기자

생태축 복원 사업도 진행된다. 망월지 주변 약 7000㎡의 땅에 두꺼비 대체 서식지와 훼손지 복원숲, 탄소저감숲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두꺼비가 지금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 사업에는 국비 21억원 등 30억원이 든다.

수성구는 지난달부터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망월지 생태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교육은 매년 두꺼비 산란 시기에 맞춰 이뤄져 왔다.

망월지는 2007년 새끼 두꺼비 200만~300만마리가 태어나 이동하는 모습이 목격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망월지 인근 욱수산에서 겨울잠을 잔 두꺼비는 통상 경칩 이전인 2~3월쯤 산에서 내려와 망월지로 향한다. 해마다 산란을 위해 이동하는 개체는 암컷 300마리 등 1000~1600마리에 달한다. 올해는 지난 2월14일부터 2~3주간 이동했다.

암컷 1마리당 평균 1만마리의 알을 낳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년 봄철 300만마리가 넘는 올챙이가 망월지에서 자라는 셈이다. 이후 매년 5월 중순쯤부터 몸길이 약 2~3㎝인 새끼 두꺼비 수백만 마리가 떼를 지어 욱수골로 옮겨간 뒤 집단 서식한다.

대구 수성구 욱수동 망월지에서 지난 3일 지역 한 중학교 생태동아리 소속 학생들이 두꺼비 올챙이를 관찰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대구 수성구 욱수동 망월지에서 지난 3일 지역 한 중학교 생태동아리 소속 학생들이 두꺼비 올챙이를 관찰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수성구가 망월지 생태 보호를 위해 속도를 낼 수 있게 된 건 토지 소유권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앞서 2022년 4월 망월지 수위가 급격히 내려가면서 올챙이 수백만 마리가 죽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토지 개발을 위해 농업용 저수지인 망월지의 용도 폐기를 주장했던 지주들이 일종의 물리적 항의를 벌인 것이란 추측이 나왔다.

이후 수사기관은 망월지 수문 개방과 올챙이 집단 폐사와의 관련성과 고의성 여부 등을 조사해 재판에 넘겼다. 그 결과 저수지 물을 사용해 온 주민들이 의도적으로 수문을 열면서 빚어진 사태로 드러났다. 현재 재판 대부분은 구청 측의 승소로 종결된 상태라고 수성구는 전했다.

구청은 올챙이 집단 폐사 이후 지주 설득 작업에 나섰다. 생태교육관과 생태축 매입을 위해 약 110억원을 들여 사유지 18필지 중 17필지를 사들였다. 나머지 1필지도 조만간 사들일 예정이다.

수성구는 올해 안으로 주민 의견수렴 등을 거쳐 망월지를 생태공원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당초 지자체는 이 일대를 ‘생태·경관 보존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면적이 작고 생물종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이유 등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수성구 관계자는 “현재는 망월지 인근 지주들도 하루 빨리 생태공원으로 조성하라고 말할 정도”라면서 “두꺼비 생태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전국에서 찾는 명소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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