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맛 있는 하루를 만드는 법 올해의 일기장엔 '단순하게 먹는 일이 좋았다'는 이야기가 꽤 자주 나옵니다. 개운하게 잠에서 깨어 몸을 좀 움직이다가 아침밥을 입에 넣었을 때, 밥이 달게 느껴지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날은 결코 자주 찾아오지 않아요. 전날 일찍 식사를 마치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잠자리에 누워야 하고, 바쁜 아침에 먹을 음식도 미리 좀 준비되어 있어야 하니까요. 연말이 되면서 외식이 잦아지고 이런 기쁨을 많이 잊어버렸지만, 그 좋음을 항상 마음에 지니려고 합니다. 유제품을 먹지 않는 저는, '치즈의 나라' 스위스에서 어떤 치즈도 맛보지 않았어요. 몇 종류의 유명한 치즈를 맛본 일행에게 '치즈 맛이 어떠냐' 물어보았더니, "한국에서 먹던 그 맛"이라는 반응이 돌아왔어요. 어쩐지 좀 시시하죠. 진짜 제대로된 '스위스 치즈'를 만나지 못했는 지도 모르고요. 그때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한국에서도 전 세계의 '산해진미'를 너무 쉽게 너무 자주 만나고 있고, 우리가 놓치는 전 세계 어딘가에 있는 귀한 무엇이 아니라, 땅에서 갓 캔 채소 같은 것, 흔하지만 너무나 멀리 있는 어떤 것이 아닐까 하고요. 좋은 음식을 찾아 먹는 것보다, 음식을 달갑게 여기는 몸과 마음을 만드는 게 언제나 더 어려운 일 같아요. 새해에도, 소박한 아침이 맛있는 날을 많이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그 방법에 대해 계속 함께 얘기 나눠요. 몇 가지 식사의 원칙 몸에 나쁘다고 하는 것들도 아주 안 먹기는 어렵지요. 연말에 꽤 많은 라면을 먹었습니다. 술자리가 길어지고 밤이 깊어지면 라면 몇 개 끓여서 나눠 먹는게 그렇게 절실하더라고요. 몇 번의 파티를 거치면서, 식사 자리가 길어지더라도 다음의 원칙을 지키면 대체로 몸과 마음이 평화롭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 식사에 많은 풀이 있으면 좋습니다. 질 좋은 생풀을 많이 준비해 두고 샐러드보울이 비면 계속 채워요.
- 샐러드의 단맛은 설탕, 꿀, 시판 양념을 이용하기보다 달콤한 과일이 담당하게 하면 좋습니다. 사과를 얇게 썰어 넣어보니 무척 만족스러웠어요.
- 설탕이 많이 든 과자, 케이크, 타르트 대신 달콤한 딸기, 포도, 귤 등을 후식으로 삼으면 속이 훨씬 편해요.
- 라면을 싱싱한 쌈채소와, 피자를 신선한 방울토마토와 드셔보세요. 김치 또는 피클과 먹으면 염분이 두 배가 되지만, 풀이나 열매를 곁들이면 훨씬 덜 부담스럽습니다.
올해의 발견 무첨가 두유에 케피어 종균을 넣고 만든 '두유 요거트'가 올해의 발견입니다. 꾸덕한 식감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단맛을 원할 때는 꿀을 조금 넣어 섞어 먹고, 생강가루를 조금 넣어 먹을 때도 있습니다. 올해의 시도 생일날 사우어크라우트를 만들었습니다. 양배추를 얇게 썰어 소금만 넣고 잘 보관하면, 김치처럼 맛있는 발효음식이 된다는 거예요. 빵에 끼워먹을 생각에 마음이 부풀었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잘못했는지, 저의 사우어크라우트는 그만 썪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실패'의 다른 이름은 '한 번 더' 아니겠어요! 새해의 생일에 다시 한 번, 사우어크라우트 만들기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올해의 개념 올해 식생활에 가장 큰 영감을 준 개념은 '아그니'입니다. 인도 의학 아유르베다에선 음식을 소화해 흡수하는 능력을 '아그니'라고 한대요. 아그니는 '불'이라는 뜻인데, 아유르베다 경전에 이런 문구가 있다고 합니다. "아그니는 생명의 불씨와 같으니 잘 보존해라." 이 개념을 알려주신 선생님께선 좋은 습관을 만들어 몸이 잘 기능하게 돕는 것을 "불이 활활 타도록 돕는 것"으로, 당장 즐겁지만 몸에 부담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을 "타오르는 불에 물을 가져다 붓는 것"으로 비유해서 설명해 주셨어요. 각자의 불씨를 소중하게 잘 지켜 나가도록 합시다. 새해의 결심 올해 내내 여러분께 간식과 디저트에 대한 고민을 엄청 많이 털어놨던 것 같아요. 저는 이런 것들을 먹기 시작하면, 한 번에 꽤 많이 먹거든요. 밀가루와 설탕을 기본 재료로 하는 달콤한 과자, 빵, 케이크와 멀어지는 게 저의 새해 목표랍니다! 모든 것이 너무 달아졌어요. 과일과 채소마저 그렇습니다. 빵도 떡도 어릴땐 이렇게까지 달지 않았던 것 같은데, 더 맛있게 만들려고 경쟁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인지, 어디서 무엇을 사 먹어도 '너무 달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습니다. 지난주 어느날은 케이크 대신에 엄청나게 달콤한 고구마와 딸기, 그리고 향이 좋고 고소한 피스타치오를 디저트로 내놓아 보았습니다. 엄청 만족스런 경험이었어요. 새해는 이런 훌륭한 대체재를 많이 찾아내고 싶습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시면, 많이 많이 알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