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격한 장관의 전력

2013.02.25 21:34
김광기 | 경북대 교수·사회학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의 전력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필자는 그가 범인(凡人)들은 이룰 수 없는 대단한 성취를 미국에서 이뤘다는 점에서 분명코 입지전적 인물이란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다음의 이유들 때문에 대한민국의 장관에 적격한 인물인가 하는 회의가 든다.

첫째, 아무리 미국 국적 포기를 택했다고 하더라도 아직 그 절차가 남아있고, 현재 형식적으로 그리고 실질적으로 이중국적인 자를 대한민국의 주요 중앙부처 수장으로 기용한다는 것은 문제다.

[경향시평]부적격한 장관의 전력

우리는 2년 전, 공무원법을 개정해 외국인도 별정직 공무원이 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대통령령 제24124호는 국가 안보와 관련된 정보·보안·기밀에 관한 분야와 대통령 및 국무총리 등 국가 중요 인사의 국정 수행과 보좌에 관한 분야에는 이중국적자의 임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박근혜 정부가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장 존재감 있는 부처다. 그만큼 국가 안보 및 미래와 관련해 중차대한 부처의 수장으로 국적 문제가 아직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은 사람을 서둘러 기용한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둘째, 설사 국적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그는 인생의 대부분을 미국에서 살았는데, 한국 실정에 대해 얼마나 잘 알겠으며, 한국의 관료들을 이끌고 얼마나 일을 잘해낼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대한민국의 주요 행정부처가 단순히 장관이란 인물의 상징성만으로 굴러가는 그런 한가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도의 전문성과 한국적 리더십이 필요한 곳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라고 할지라도 그동안 한국과는 동떨어진 문화와 세계에 살던 사람을 대한민국의 주요 부처 장관으로 앉힌다는 것은 무리수가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그의 명명백백한 미 중앙정보국(CIA) 연루 사실이 개운치 않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단순히 성공한 재미 벤처사업가만이 아니다. 그는 CIA 자금으로 설립한 벤처 투자회사 ‘인큐텔’ 이사를 지냈다. 그리고 벨연구소 사장 시절 약 4년간 CIA 외부 자문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일했다. 1996년에는 자신이 설립한 유리시스템스라는 회사의 이사로 CIA 국장에서 물러난 제임스 울시라는 인물을 영입했을 정도로 CIA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한·미동맹은 확고히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그 동맹도 양국의 존재의 존엄성과 자립성을 바탕으로 했을 때 떳떳하고 상호발전적인 것이다. 거꾸로 생각해 보자. 미국이 대한민국의 국가정보원 같은 외국의 정보기관 전력을 가진 이, 또는 여기에 깊은 연관을 가진 사람을 장관으로 기용하려 들겠는가? 절대 그럴 리가 없다. 미국이 아무리 이민자들의 나라고 자유의 나라라고 하더라도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자국 내에서 태어나지 않은, 귀화한 자에게 대통령이 될 권한을 주지 않는 것을 보면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국가의 중대한 자리는 그렇게 함부로 채우지 않는 게 미국이다. 그렇게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니니 이제껏 세계 최고의 강대국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정녕코 미국에서 배우려면 그런 것을 배웠으면 좋겠다. 그런데 우리는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미래의 먹거리를 창출해 줄 것이라며, 돈을 주고 사서라도 그런 이를 데려와 장관 자리를 주어야 한다며 야단법석을 피우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보자. 이번 결정이 우리 자신을 너무 폄훼하는 행위는 아닌가. 대한민국에는 장관을 할 인재가 그리도 없는 것인가. 미국에서 성공한 벤처사업가라면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두 말 안 하고, 장관 자리라도 줘서 데려오고 싶은 것이 겨우 대한민국이란 말인가. 그토록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것이 대한민국이고, 대한민국 장관 자리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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