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오르면

2014.12.18 21:24 입력 2014.12.18 21:26 수정

기름값이 비싸서 난리더니, 이제는 부작용을 걱정하는 기사도 나온다. 원자재 펀드 하락이 어떻고 경기가 어떻다고 한다. 걱정도 팔자다. 기름은 퍼서 쓰면 쓸수록 고갈될 텐데 그걸 빨리 당겨 쓰자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기름은 한계가 분명히 있고 그 값은 언젠가는 오르게 되어 있는 물질이다. 보통의 생산품과는 다르다. 경기회복이 안되는 게 유가 하락 때문인 것처럼 말하는 신문도 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이들은 기름값이 오르면 또 원자재값이 올라 경기 상승에 부담이 된다고 할 사람들이다.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기름값이 오르면

기름값이 떨어져서(실제 우리 체감으로는 오르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정도다) 한겨울의 부담이 줄었다. 보통 먹는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이 겨울이 여러 가지로 힘들다. 난방비 부담에 재료비도 오른다.

아직도 사람들은 우리 음식 재료가 목가적인 현장에서 길러지는 줄 안다. 너른 들판에 씨 뿌려 채소가 쑥쑥 자라고, 닭과 소, 돼지는 풀을 뜯고 모이를 쪼는 마당에서 논다고 상상하는 것이다. 이미 채소든 고기든 집약적인 생산시설을 통하지 않으면 우리 식탁에 오르지 못할 상황이 되었다. 시설을 짓고 관리해야 이 엄청난 인구가 먹을 음식 재료를 만들 수 있다. 시설에는 기름이 든다.

자, 우리 입에 들어오는 나물 한 움큼을 보자. 어디 농촌에서 할머니가 머릿수건 쓰고 캔 것처럼 상상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시설을 만들고, 온갖 기계장치와 난방기의 도움을 받아 자라난다.

공장에서 기름 때서 돌린 기계로 만든 비료와 농약의 도움도 받는다. 그것은 지금 같은 겨울에는 전기와 기름 덕으로 따뜻하게 하우스에서 자랄 수 있다. 수확하면 다시 차에 싣고 도시로 와서 팔린다.

생산 과정에서 인공 에너지의 도움이 없다면, 우리는 쫄쫄 굶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우리 먹거리의 실제다. 가축들을 기르자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난방도 해주어야 하고, 먹는 사료도 모두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기름값이 들썩이면 식탁 물가도 함께 치솟게 마련이다. 생선도 별 차이 없다. 기름값이 비싸서 출어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석유는 곧 음식이고 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년 겨울이면 식당 운영할 때 걱정이 많았다. 이제 제철 재료로 요리한다는 것은 일종의 환상에 가깝다. 그래서 한겨울에도 싱싱한 채소를 구해야 한다. 혹한에는 몇 가지 작물은 생산비가 천정부지로 뛰어 납품 가격도 말도 못하게 오른다. 가지 한 상자에 5만원을 넘던 때도 있었다. 여름 채소를 겨울에 먹자니, 보일러를 돌려서 하우스에 난방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음식값은 불황으로 제철에 싼 재료비를 기준으로 책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폭등하면 밑지고 팔게 된다. 우리는 이미 거대한 석유 에너지의 자장 안에서 그럭저럭 살고 있다. 언제까지 이 불안한 ‘온기’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

이 겨울, 따뜻하다더니 귀가 얼 만큼 춥다. 오늘도 식당 주인들은 시린 발을 동동거리며 시장에서 재료를 떼어다가 밥을 짓는다. 연말 경기도 썰렁하고 이래저래 마음까지 추워지는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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