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최후의 승부수는 성공할 것인가

2015.01.22 20:35 입력 2015.01.27 17:27 수정
홍인표 국제에디터·중국전문기자

2100년 전인 기원전 138년, 한나라 장건은 한무제 지시로 오늘날 중앙아시아 지방인 서역으로 떠났다. 흉노에 쫓겨난 대월씨(오늘날 키르기스스탄)와 손잡고 흉노를 공동으로 협공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는 서역에 가는 도중에 흉노에 잡혀 11년 동안 억류생활을 했다. 가까스로 흉노에서 도망쳐 대월씨를 찾았다. 하지만 이미 서역에 정착한 지 오래된 대월씨는 흉노와 전쟁을 벌일 마음이 전혀 없었다. 13년 만에 수도인 장안(오늘날 산시성 시안)으로 돌아온 장건은 기원전 119년 황제 지시로 서역으로 다시 떠났다. 수만 마리 소와 양, 그리고 많은 비단을 들고가 서역 많은 나라들의 환심을 샀다. 서기 78년, 동한의 반초는 58년 동안 끊겼던 서역 가는 길을 다시 열었다. 반초는 부하인 감영을 로마까지 사신으로 보냈다. 로마도 동한 수도인 뤄양에 사절을 보냈다. 이른바 실크로드의 시작이다. 고대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국가들과의 줄기찬 왕래는 풍성한 성과를 거두었다. 중국은 비단과 거울, 제지술을 전해주었고, 포도와 호두, 후추, 시금치가 중국으로 들어와 식탁을 풍요롭게 했다.

[홍인표의 차이나칼럼]시진핑 최후의 승부수는 성공할 것인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9월과 10월 육상 실크로드와 해상 실크로드를 각각 재건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그동안 육상 실크로드는 중소분쟁과 같은 정치적 이유와 교통의 불편함이 겹쳐 사실상 맥이 끊긴 상태였다. 해상 실크로드는 명나라가 무역금지 정책을 선언한 이후 유명무실해졌다. 이것을 철도, 도로, 항만으로 다시 이어서 경제적 이익을 나누자는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외환보유액을 적절히 활용하는 한편 철강을 비롯한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적 의도도 무시할 수 없다. 실크로드 주변국들과 손잡고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에 맞서보자는 것이다. 실크로드 주변국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라시아 대륙과 아프리카까지 합쳐 모두 60개국이 넘는다. 육상 실크로드는 중국을 떠나 중앙아시아 초원 지대를 거쳐 유럽 로테르담에 이른다. 해상 실크로드는 중국을 출발해 동남아시아, 인도를 거쳐 아프리카 케냐와 수에즈 운하를 거쳐 그리스, 이탈리아로 이어진다.

일단 시작은 좋다. 실크로드 주변국 절반인 30개국이 뉴 실크로드 재건 프로젝트에 참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주변국들은 중국의 자금 지원을 받아 인프라(사회간접자본) 시설을 짓고 싶어한다. 중국은 현재 28개국과 고속철 건설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수많은 도전이 가로놓여 있다. 실크로드 주변국들은 중국에서 경제적 이득은 챙기되 안보와 관련된 것은 미국과 손을 잡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각국의 급변하는 정치 상황도 고민거리다. 스리랑카는 중동 석유가 중국으로 올 때 반드시 거치는 전략적 요충지로 해상 실크로드의 중요거점이다. 중국은 스리랑카 수도인 콜롬보 항만 건설에 14억달러를 투자했다. 최근 대선에서 친중국파인 라자파크사 대통령이 물러나고 중국에 비우호적인 신세나 대통령이 당선돼 중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그리스 최대 항구 피에나스 항만건설 프로젝트도 이번 그리스 대선의 논쟁거리였다. 중국의 뉴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2차대전 직후 미국이 유럽에 뭉칫돈을 지원한 마셜플랜과 비교하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당시 유럽과 실크로드 주변국은 상황이 다르다. 실크로드 주변국들은 개도국이 대부분이어서 큰 경제적 이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외환보유액으로 투자했다가 이익은커녕 빚더미를 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중국의 과잉생산을 해결하기에는 이들 주변국 수요가 너무 적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은 이번 프로젝트가 일정한 성과를 내려면 적어도 8년에서 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국가주석에서 물러나는 2023년이면 성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의 승부수인 뉴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성공할 것인가. 성공을 한다면 중국은 미국을 능가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슈퍼파워가 될 것이다. 아시아·태평양을 중국의 안방으로 만들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이 부르짖는 중국의 꿈이 현실이 되려면 뉴 실크로드 프로젝트 성공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실패할 경우는 상황이 달라진다. 중국의 고민은 늘어나고 미국은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뉴 실크로드 프로젝트는 단순한 경제부흥 사업이 아니다. 세계 판도를 단번에 뒤바꿔놓을 수 있는 대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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