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제도 밖에 답이 있다

2015.05.13 20:50 입력 2015.05.13 21:19 수정
정대영 | 송현경제연구소장

[경제와 세상]국민연금, 제도 밖에 답이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여야 간 협상이 꼬이면서 문제가 복잡한 국민연금으로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 공적연금은 기초연금, 국민연금, 그리고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 연금 세 가지가 있다. 세 가지 연금 모두 구조적인 문제가 있지만 기초연금과 공무원연금 등의 특수직 연금은 해결 방안과 극복해야 할 제약 요인이 비교적 단순하다.

기초연금은 지급 금액이 최대 20만원으로 노후 생계의 기초가 되기에는 크게 부족하다. 단계적 인상이 필요하나 고령화 등으로 대상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어 재정 부담이 가장 큰 제약 요인이다.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특수직 연금은 다른 연금에 비해 혜택이 과도하다. 여기에다 일부 특수직 연금은 이미 재원이 부족해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내는 보험료는 올리고 받는 연금을 줄이는 것이 개혁 방향이고, 제약 요인은 공무원 등 연금 대상자의 강한 반발이다.

이에 비해 국민연금은 문제가 서로 상충되어 답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첫째는 직장이 없거나 소득이 부족해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 가입연령 인구의 절반에 이를 정도로 사각지대가 크다는 것이다. 둘째는 국민연금의 평균 수령금액도 지난해 기준 32만원 정도로 노후 생활에 턱없이 부족하지만, 낸 것보다는 훨씬 많이 받는 구조이다. 셋째는 국민연금의 적립금이 현재 480조원을 넘어 주식시장 등을 왜곡시키고 있지만 2050~2060년경에는 적립금이 고갈된다는 것이다. 넷째는 세대 간 부담과 혜택 불균형이다. 젊은 세대는 보험료를 계속 내야 하지만 앞으로 국민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는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에 대한 정부의 확실한 지급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세대 간 불균형 문제는 공무원연금도 국민연금 이상 심하다. 지금 공무원연금을 받거나 곧 받을 사람은 혜택이 아주 크지만 젊은 공무원은 별로다. 과거의 공무원연금 제도 개혁이 개혁 시점 이후부터 적용됐기 때문이다.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도 기존에 받는 사람들에게는 영향이 없고 젊은 공무원들만 혜택이 줄게 되어 있다. 여기에다 공무원연금이나 국민연금에 대한 과세도 2002년 이후 발생한 연금만 종합과세대상이다. 이미 연금을 받거나 곧 받을 사람은 세금이 거의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젊은 세대는 연금에 대해서도 꽤 세금을 내야 할 것이다. 이 또한 심각한 세대 간 불균형 요인이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은 한국의 인구가 늘고 경제규모가 계속 확대되는 것을 전제로 연금제도가 설계됐기 때문이다. 한국은 급격한 고령화로 노동인구가 줄고, 재정건전성은 악화되고, 성장률이 떨어지고, 주식시장은 국민연금에 목매어 있다. 국민연금은 미래 세대의 엄청난 짐이고, 한국 경제의 재앙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의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 사각지대를 줄이고, 세대 간 불균형을 축소하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현재는 기금이 적게 늘어나게 해 적립금 홍수를 막고, 미래는 기금의 지출을 줄여 고갈을 막아야 한다. 가능하다면 국민연금 지급 금액도 올려야 한다. 그러나 이것들을 아우르는 합리적 개혁 방안은 없어 보인다. 따라서 어떤 전문가는 국민연금을 폐지 수준으로 개혁하여 새로 만드는 것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번 여야 협상 과정에서 나온 소득대체율 인상이 국민연금의 여러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아닌 듯하다. 그렇다고 문제가 많은 국민연금을 그대로 두어서는 더욱더 안된다.

국민연금 개혁은 제대로 된 대안을 찾기 매우 어려운 과제이지만, 제도 밖에서 찾아보면 꽤 괜찮은 답이 있다.

대안의 하나는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에다 이자·배당소득이나 임대소득 등을 합해 소득금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사람에게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 세금에 ‘노인연대세’라는 이름을 붙여 기초연금의 지급 금액 인상과 국민연금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재원으로 사용하면 된다. 물론 이것도 실행은 어렵겠지만 국민연금의 폐지보다는 덜 충격적이면서, 공적연금의 사각지대 축소와 세대 간 불균형 완화라는 큰 장점이 있다. 조세 저항은 있겠지만 혜택받은 ‘노인들의 의무(Senior Oblige)’라고 잘 설득하면 가능할 수 있다. 기성세대는 한국을 젊은이들이 애를 낳고 살아갈 만한 나라로 만들지 못한 책임의 일부로 이에 대한 논의라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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