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될까

2015.08.04 21:43
송혁기 |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18세기 중국 문인 원매(袁枚)는 유(柔)와 약(弱), 강(剛)과 폭(暴), 검(儉)과 색(嗇), 후(厚)와 혼(昏), 명(明)과 각(刻), 자중(自重)과 자대(自大), 자겸(自謙)과 자천(自賤)을 구분할 줄 알아야 사람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온유함과 나약함, 강직함과 포악함, 절제력과 인색함은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그 본질은 전혀 다르다. 넉넉하고 남을 편하게 해주는 성격이 좋아 보였는데 막상 함께 일을 하고 보면 너무도 사리 판단에 어두워서 안타까운 사람을 우리는 간혹 본다. 참 똑 부러지고 분명한 성격인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아도 될 일에까지 지나치게 각박해서 인정머리가 없는 사람임을 알고 실망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자존감과 교만함, 겸손함과 열등감이 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실은 자존감이 있어야 겸손할 수 있고 교만함은 열등감과 한통속임을 우리는 안다. 얼핏 보면 그게 그거 같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르며 그 차이가 엄청난 결과로 이어지는 예들을 간명하게 짚어낸 구절이다.

[송혁기의 책상물림]어떤 사람이 될까

‘사람에 대한 평가’는 동아시아의 사상과 역사 서술에서 매우 중요한 위상을 지녀 왔다. 학문의 근간이 나는 어떤 사람인지 성찰하고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인가를 배우고 실천하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공부는 남에게 나의 실력을 입증해서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제대로 된 사람으로 만들어가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는 ‘위기지학(爲己之學)’의 강조도 같은 맥락에 놓인다. 공자와 제자들의 문답에 동시대 인물들에 대한 평가가 그리도 많은 것이나, 사마천이 왕대의 서술과는 별개로 그보다 더 많은 분량의 인물 열전을 쓰고 그 말미마다 논평을 덧붙인 것 역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에 대한 기준을 찾고자 했던 오랜 열망의 반영이다.

예나 지금이나 어떤 사람인지가 결국 일의 성패를 결정한다. 따뜻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강단이 있고, 불의에는 단호하면서도 사람을 함부로 짓누르지 않는 사람, 자신에게 절제하되 남에게 인색하지 않고, 후덕하되 사리에 어둡지 않으며, 일처리는 분명하되 인정이 넘치는 사람, 자신을 소중히 여길 줄 알지만 그렇다고 대단한 사람인 양 과시하는 법이 없고, 남 앞에서 늘 자신을 낮추지만 내면이 충실해서 콤플렉스가 없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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