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당신도 치매?

2015.10.15 20:47 입력 2015.10.15 21:18 수정
서홍관 | 국립암센터 교수·시인

“저, 뇌 사진 한번 찍어보고 싶은데요.” 다짜고짜 진료실에 들어와 뇌 사진 찍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대개 50~60대로 최근 들어 사람 이름을 자꾸 까먹어서 대화 중 당황한 경험들이 있고,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몰라 한참을 찾아야 하고, 약속을 잊었다가 곤경에 처한 사람들이다.

[세상읽기]혹시, 당신도 치매?

과거에는 암이 가장 무서운 질병이었다. 1960~70년대에는 <스잔나>, <러브스토리>, <라스트 콘서트> 등의 영화에서 말기암 환자가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면서 죽어가는 ‘시한부 인생’이 슬프고도 아름답게 묘사되었다. 그러나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이 68.1%로 높아지면서 이제 암은 흔한 질병이면서 완치 가능한 질병으로 변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암보다 치매가 무섭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래서일까, 치매가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심심찮게 보인다. 아내가 치매에 걸려 요양원으로 떠나가는 <어웨이 프롬 허>라든지, 세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 그리고 존경 받는 교수로서 열심히 살아가던 앨리스가 알츠하이머에 걸려 이를 이겨내려고 몸부림치는 <스틸 앨리스>라는 영화도 있고, 사랑했던 기억들까지 다 잃어가는 아내의 기억을 되살리려고 애쓰는 남편을 그린 <노트북>이라는 영화도 있다.

다행인지 나에게 찾아 온 사람들은 모두 치매가 아니었다. 나는 그들에게 “나도 가끔 사람 이름을 까먹어요”하고 웃음을 던지면 그분들도 같이 웃는다. 건망증은 스스로 기억력의 저하를 호소하지만 판단력은 정상이어서 일상적인 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 잊어버렸던 내용을 어느 순간 기억해 내기도 하고, 힌트를 들으면 이름을 떠올리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는 정신 집중도가 떨어져 일시적으로 건망증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해야 한다.

이와 달리 치매는 기억력 감퇴가 심해서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물건의 이름도 금방 떠오르지 않아 머뭇거리고, 그동안 사용하던 세탁기나 전기밥솥의 사용이 서툴러지고, 익숙하게 하던 요리의 순서가 헷갈려 요리를 망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거스름돈과 같은 잔돈을 주고받는데 실수가 잦고, 잘 다니던 길에서 헤매고 심해지면 자기 집을 못 찾는 일도 생긴다. 성격 변화나 감정의 변화가 생기는 경우도 있어서 과거에 매우 꼼꼼하던 사람이 대충대충 일을 처리한다거나 전에는 의욕적이던 사람이 매사에 관심이 없어지기도 한다.

2012년 국내 치매 유병률 조사에서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은 9.18%로 치매 환자수는 54만1000명으로 추정되었다. 치매는 고령일수록 많이 걸리는데 미국의 한 연구에 의하면, 70대의 4.97%, 80대의 24.19%, 90세 이상의 37.36%가 치매에 걸려 있었다. 우리나라도 고령화 현상이 지속되기 때문에 치매 환자는 늘 수밖에 없다.

사람들의 관심사는 한 마디로 치매에 안 걸리고 싶다는 것이다. 치매를 원인별로 분류해 보면, 알츠하이머는 71.3%, 혈관성치매는 16.9%, 기타 치매는 11.8%이다. 치매의 가장 흔한 형태인 알츠하이머는 초기에는 뇌의 해마에 손상이 생겨 최근 기억이 상실되고, 진행되면 대뇌피질까지도 침범하는, 원인 모르는 질병이다. 아직까지 확실한 예방법은 없지만, 학력이 높을수록 잘 안 걸린다고 알려져 있으며, 뇌기능을 많이 쓰는 활동 즉, 책을 읽고, 글쓰기를 하고,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언어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

두 번째로 흔한 혈관성치매는 뇌혈관 질환으로 인해 뇌조직 손상이 초래되어 나타나는 치매를 가리킨다. 뇌혈관 질환의 위험인자는 흡연,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비만 등이기 때문에 금연하고,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와 비만을 열심히 치료해야 한다. 운동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이 대목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치매를 의심할 때 조기진단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인데 많은 사람들이 믿는 것과는 달리 뇌 MRI 같은 사진보다도, 의사와의 면담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일단 조기 진단을 하게 되면 치매를 치료하진 못하더라도 안전 문제와 같은 대책을 세울 수 있으니 조기 진단은 중요하다. 또한 치매의 진행을 막진 못해도 약물복용을 통해 진행을 늦출 수 있는데, 만약 2~3년 만 늦춘다 하더라도 본인과 가족에게 결코 작은 혜택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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