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금지보다 훨씬 쉬운 방법

2017.10.25 14:05 입력 2017.10.25 20:43 수정

[기자칼럼]동성애 금지보다 훨씬 쉬운 방법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이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에게 물었다.

“우리나라 에이즈 환자의 92%가 남성이며 작년에 추가된 환자도 남성이 1002명, 여성이 32명인데 감염경로 분석은 이성 간 성접촉 때문이 54%, 동성 간 성접촉이 46%로 돼 있다. 이건 기초조사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 질병관리본부 보고서를 봐도 정확하게 동성 간 접촉으로 전파된다고 돼 있으며 동성애를 터부시하는 관행 때문에 감염경로 조사에서 동성애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다고 돼 있다.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왜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나.”

정 본부장이 답했다. “감염경로에 대해서는 이성 간 접촉과 동성 간 접촉을 구분해서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에이즈는 성병이며, 안전하지 않은 성 접촉은 모두 위험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성 의원이 다시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 에이즈는 정말 위험한 질병이다.”

정 본부장이 다시 대답했다. “그렇지만 에이즈는 콘돔 사용으로 예방 가능한 성병인 것도 맞다.”

성 의원의 말은 맞다. 에이즈는 위험한 질병이며 동성 간 성접촉은 이성 간 성접촉과 함께 ‘HIV(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 감염’의 주요한 경로로 꼽힌다. 그러나 정 본부장의 말도 맞다. 에이즈는 콘돔 사용으로 예방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의 자료에 따르면 2007년 740명이었던 신규 에이즈 환자는 지난해 1062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10대 환자 수는 2007년 99명에서 지난해 417명으로 10년간 약 4.2배나 늘었다. 같은 기간 20대 환자도 2.8배 증가했다.

에이즈 환자 증가는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한 당국이 원인을 파악해 대처해야 하는 문제가 맞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동성 간 성접촉이 주요 감염경로이니 이를 막아야 할까. 현실적으로 어렵다. 엄연히 불법인 이성 간 성매매도 완벽하게 막지 못하는데 법에 저촉되지도 않는 동성 간 성접촉을 막을 방법이 있을 리 없다.

정 본부장이 합법적이며 완벽에 가까운 해결책을 제시해줬다. 콘돔을 쓰게 하면 된다. 이성 간이든, 동성 간이든 그들의 연령이 10대든 20대든 파트너에 대한 100% 신뢰가 없으면 성관계 때 콘돔을 쓰면 된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는 성관계 과정에서 생기지 않는다. 다른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전염될 뿐이다. 인플루엔자처럼 공기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옮지도 않는다.

최근 들어서는 ‘죽음의 병’이란 악명도 조금씩 벗고 있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에 따르면 이미 HIV를 강력하게 억제할 수 있는 치료제가 개발되어 있다. 당뇨나 고혈압처럼, HIV에 감염되었어도 치료를 잘 받고 약을 잘 먹으면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20살을 기준으로 치료를 받는 HIV 감염인의 기대수명은 일반 인구의 기대수명에 가까운 70대 초반이란 연구결과도 2013년에 나왔다.

독감이 유행하기 시작하면 보건당국은 외출 뒤 손발을 잘 씻는 등 개인 위생에 더 신경쓰라고 홍보한다. 야생진드기로 인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사망자가 발생하면 야외활동 시 긴팔·긴바지를 입고 돗자리를 쓰라고 권유한다. 아예 외출을 못하게 하면 더 확실하게 예방이 되겠지만, 그건 불가능하니 더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 알려준다.

에이즈라 해도 마찬가지다. 다른 잣대를 들이댈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왜 자꾸 에이즈와 동성애를 같이 묶어서 언급하는 것일까. 에이즈에 대한 공포로 동성애에서 ‘탈출’하는 사람이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일까. 말리고 싶다. 지금은 2017년이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