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 없는 신년 기자회견

2018.01.14 21:06 입력 2018.01.14 21:10 수정

[지금 SNS에선]‘각본’ 없는 신년 기자회견

지난 10일 열린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은 ‘각본’ 없이 진행됐다. 질문하는 매체부터 순서, 내용까지 마치 방송 시나리오처럼 철저히 마련해놓았던 지난 정부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에 많은 이들은 환호했다.

질문자도 ‘미국식’으로 대통령이 직접 지명했다. 이날 회견장에 모인 기자들은 제각기 ‘대통령의 눈에 띄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다. 한 지역언론 기자는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인형을 손에 번쩍 들고 질문권을 얻기도 했고, 튀는 색깔 옷을 입거나, 자신을 지목하지 않았는데도 일어나 질문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기자회견에서 이토록 질문이 넘치는 장면은 다소 낯설다. 2010년 G-20 서울정상회의 폐막식에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한국 기자들을 콕 찝어 질문할 기회를 줬지만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질문도 나오지 않았던 일로 한때 “질문 없는 한국 교실”에 대한 성찰까지 이끌어냈던 기자들이기에 더욱 그렇다.

질문은 많았지만 ‘좋은’ 질문은 적었다는 평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 본인에게 “대통령 지지자들의 악플 공세로 기사를 쓸 수가 없다. 말려 달라”고 한 기자는 SNS에서 소속 회사와 이름, 기존에 썼던 기사들이 ‘신상 털이’하듯 털리기도 했다. 한 트위터리안은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의 의도는 출입 기자들에게 제대로 질문할 기회를 주는 것이었을 텐데…(국민이) 욕하기 좋게 실명을 공개하는 효과만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 언론인은 트위터에 “오늘 기자들은 신년 기자회견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지도 않았고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이해도 부족해 보인다”고 올려 큰 호응을 얻었다.

외신 기자들의 눈으로 바라본 기자회견의 풍경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BBC의 한 기자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자신의 트위터에 “문 대통령은 자유롭게 열린 질문에 답하는 것에 한 시간을 사용했고, 언론에 자유롭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다”고 올렸다. 트럼프의 백악관에 비해서도 자유로운 분위기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워싱턴포스트의 파이필드 기자는 “주요 언론뿐 아니라 소규모 지역 미디어도 참여하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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