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스포츠 연봉 공개의 철학

2018.08.01 20:36 입력 2018.08.01 22:37 수정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는 올 시즌 연봉이 3557만1429달러다. 우리 돈으로 397억9000만원쯤 된다. 1년에 32번 정도 선발 등판한다고 계산하면 1경기당 12억4000만원가량 된다. 선발 투수는 한 경기에 공을 100개 정도 던지니까 공 1개를 던질 때마다 1200만원 정도 버는 셈이다.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미국프로농구(NBA)의 르브론 제임스는 LA 레이커스와 4년 동안 1억5400만달러에 계약했다. 연평균 연봉이 3850만달러다. 커쇼보다 더 많다.

[기자칼럼]프로 스포츠 연봉 공개의 철학

한국프로야구(KBO리그)도 연봉이 공개된다. 리그 최고 연봉 선수는 롯데 이대호다. KBO 홈페이지에서 이대호를 검색하면 이대호의 연봉 25억원이 명시돼 있다.

일반 회사에서도 연봉 계약을 한다. 연봉 계약할 때 대개 조건이 붙는다. ‘자신의 연봉을 공개하지 말 것.’ 옆자리 앉은 동료의 연봉을 물어보는 것도 실례다. 그런데 스포츠에서는 ‘연봉 공개’가 일반적이다. 메이저리그, NBA 등에서 연봉을 공개하는 이유는 연봉의 크기로 선수들에게 책임감을 강요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리그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다.

NBA는 팀 연봉 총액을 제한하는 ‘샐러리캡’ 제도를 두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연봉 상한선을 두지 않지만 연봉 총액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사치세’ 혹은 ‘부유세’(luxury tax)라고 불리는 일종의 ‘벌금’을 매긴다. ‘균형 경쟁세’라고 부르기도 한다.

구단주 측과 선수 노조가 합의한 내용이다. 2018시즌 연봉 총액 기준선은 1억9700만달러다. 팀 총연봉이 이 기준을 넘으면 초과액에 대한 일정 세율의 돈을 내야 한다. 3회 위반 때는 세율이 50%나 된다. 초과금액이 4000만달러를 넘으면 40%가 넘는 부가세가 또 붙는다. 다저스가 올 시즌 적극적인 선수 영입에 나서지 못한 것도 돈이 무서워서다. 이미 연속 위반 전례가 있어서 올해 또 넘기면 5000만달러에 가까운 세금을 내야 한다(편의상 세금이라 부르지만 세금은 아니다. 이를 모아 일종의 야구발전기금으로 사용한다).

그래도 ‘돈을 쓰겠다’는 팀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메이저리그는 사치세 위반 팀에 자유계약선수(FA) 보상제도에도 불이익을 준다. FA 선수에 대한 보상제도인 드래프트 순서에서 사치세를 내는 팀은 뒤로 밀린다. 가장 자본주의적인 스포츠로 불리는 야구에서 어쩌면 가장 ‘비자유주의적인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얼핏 자본 투입에 대한 경쟁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보이지 않는 손에 맡길 수 없다는 데서 출발했다. 흥행을 사업 목적으로 하는 프로스포츠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예측 불가능성’이다. 어제 강했던 팀이 오늘 패하고, 오늘 약했던 팀이 내일 강해지는 게 스포츠의 묘미다. 이를 지키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게 ‘리그의 전력 균형’이다. 연봉 총액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선수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최적의 경기 운영 방식을 찾는 경쟁을 유도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정작 제대로 된 경쟁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일찌감치 원칙으로 삼았다.

그러니까 연봉이 낱낱이 공개되는 이유는 돈을 이만큼 받으니 돈값을 하라고 강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참여자 전체로 하여금 ‘공정한 경쟁’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다. 운동장의 기울기를 어느 정도 맞추기 위한 노력이다.

우리 사회에서 어딘가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는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저임금과 편의점으로 대표되는 자영업자를 둘러싼 논란이 복잡하다. 이 역시 더 큰 자본을 쥐고 있는 쪽의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다. 커쇼가 열심히 던지는 건, 연봉의 무게를 어깨에 얹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는 그 무게를 지지 않으려는 이들이 너무 많다. 이것이야말로 더 질이 나쁜 무임승차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