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도공항

2018.09.06 20:31 입력 2018.09.06 20:36 수정

언제 있었냐는 듯 동계올림픽 경제 효과의 허상은 사라지고 지금은 개발망령의 뒷감당조차 벅차 보인다. 경기장은 애물단지로 전락했고 호우로 인한 산사태와 침수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주민이 떠안아야 하며 영세한 시공업체는 공사대금조차 받지 못해 부도위기에 몰린 것이 현실이다. 올림픽만 개최하면 잘살 것이라는 희망으로 유치를 노력한 지역주민과 지자체는 또 다른 투자를 요구한다. 도대체 60조원의 경제효과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녹색세상]흑산도공항

우리나라에서 국민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민간투자자금은 지금도 여전히 눈먼 돈이다. 거의 모든 대규모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는 오로지 사업의 진행만을 위해 거짓으로 일관한다. 사업자와 정치가가 서로의 이익만을 위해 주민의 고혈은 안중에 없기 때문이다. 공항 또한 대표적인데 무안공항의 현재 이용률은 수요예측의 3.8%, 양양공항은 5.3%에 불과하다. 광역시인 광주공항의 이용률 또한 10%를 넘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현재 대부분 공항은 이익창출은커녕 세금이 없으면 유지관리도 못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해 있다. 대규모 토건사업으로 지역이 발전한다는 거짓 선동가를 빼면 사실 발빠르게 부동산 투기에 열을 올린 몇몇을 제외하고 지역 토착주민 대부분은 엄청난 피해만 보고 있다. 그럼에도 늘 이런 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앞에 서는 것은 소외된 토착주민이다.

과도한 토건사업으로 가뜩이나 좁은 국토 전체가 유린되어 더 이상 대규모 토건사업을 할 곳도, 할 구실도 찾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최근 토건족들이 찾아낸 것이 거짓 경제효과를 동원하여 강을 파헤치는 4대강 사업이었으며, 이제 국민과 미래 대한민국을 위한 마지막 보루인 보호지역에까지 망령이 뻗치고 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흑산도공항은 겉으로 지역주민의 복지와 관광활성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체는 개발 이후 폐허가 될 토건사업의 추가에 불과하다. 현재도 볼거리, 즐길거리가 없어 관광객이 머무르지 않는데, 공항이 만들어진다고 관광객 수십만이 증가한다는 예측을 믿을 수 있을까? 즐길거리를 만든다? 이것들을 만들기 위한 부지, 접근도로, 막대한 숙박시설과 서비스 공간을 어디에 확보할 것인가? 결국 현재 흑산도의 최대 자산인 아름다운 해안과 자연을 훼손할 수밖에 없는데 관광객 만족도는 더욱 추락할 뿐이다. 늘 희생만 당해왔던 주민은 언제까지 이런 개발망령의 혹세무민에 당해야만 할까?

과대포장된 수요예측은 차치하고서라도, 위험천만의 무모한 개발 부작용은 눈에 선하다. 흑산도공항 활주로의 계획 길이는 현재 1160m이다. 그런데 온전한 산을 하나 부수어 천혜의 해안선과 바다를 메울 계획인 이 공항에 도입할 소형항공기의 착륙길이는 습도가 높을 때 무려 1222m에 달한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지나쳐 62m를 더 가야 멈출 수 있다는 말인데, 앞에는 추락해서 가라앉을 바다밖에 없다. 유사시 운행을 멈추겠다고 하지만 얼마나 억지스러운가? 섬이라는 특성상 시시각각 여건이 변하기 때문에 완벽한 실시간 대응은 가능하지 않다. 특히 해수면과 접한 특성상 노면의 환경변화는 매우 크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 내륙에서 비행기가 이륙한 후에 기상여건이 급격히 변화될 가능성도 크다. 결국 승객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 실제 이착륙 시 활주로를 이탈하는 오버런은 공항에서는 빈번한 사고로 반드시 활주로 여유공간을 확보해야만 하는데 여유공간은커녕 최소거리도 확보하지 못했다. 공사착공 이후 몇 배의 세금을 더 투입하는 추가 대형 토목공사를 요청하거나, 운행 한번 못하고 폐허로 방치될 것이 뻔하다. 이런 말도 안되는 계획이 논란거리가 되는 것조차 놀랍다. 섬이 매혹적인 이유는 찾는 사람이 적어서다. 있는 자원조차 파괴시키는 구시대적 토건사업이 아닌 적은 인원이 찾으면서도 수익을 극대화하는, 주민을 위한 고품격 관광대안을 고민할 때다. 그것이 국립공원의 존재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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