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광양제철소와 삼척석탄화력발전소

2019.06.23 20:44 입력 2019.06.23 20:49 수정

포스코 광양제철소 1기 설비가 1987년 준공되었으니, 30년이 넘었다. 이곳에서 용광로 안전밸브를 통해 중금속이 포함된 분진과 유독가스가 일상적으로 배출되었다. 한 세대 이상 쉬쉬했던 환경오염사고가 내부 제보로 지난 3월 밝혀진 것이다. 최근 해당 지자체는 광양제철소에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통지했다. 고의적인 안전밸브 개방에 대해 내려진 30년 만에 최초의 조업정지 조치였다. 환경부도 입장을 내고 대기환경보전법 등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고 못 박는다.

[NGO 발언대]포스코 광양제철소와 삼척석탄화력발전소

포스코는 경제손실이 막대하다며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걸겠다고 반발했다. 포스코가 제공한 데이터로 몇몇 언론이 조업정지를 ‘제정신으로 한 일인가’라며 비판하는 기사를 썼다. 회사는 뒤로 빠지고 ‘경제 파탄’ ‘포스코 죽이기’라며 포스코 협력사를 동원했다. 사회적 책임이 막중한 굴지의 대기업이라면, 30년 넘게 벌어진 건강피해와 환경오염 논란에 머리를 숙이는 게 우선 아니겠는가. 주민건강영향조사 실시, 환경오염시설 개선,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는 것이 순리 아니겠는가. 광양제철소는 5기 설비에 연간 2500만t의 철 생산능력을 갖춘, 단일 제철소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포스코에너지는 맹방 해안과 안정산 일대에 삼척석탄화력발전소 1, 2호기 건설 공사를 진행한다. 최근 공사 현장에서 길이 1.3㎞ 이상의 ‘지정 문화재급’ 석회동굴이 발견되었다. 그런데 사업시행자인 포스코에너지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 문화재지표조사 보고서 어느 곳에도 동굴의 존재는 없다. 부지 전체의 지반 조사, 철저한 문헌 조사와 현장 검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업자는 ‘거짓’ 보고서를 제출했고 환경부와 문화재청은 검증 없이 믿었다. 지금이라도, 원주지방환경청은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현황조사를 실시하고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공사 중단 명령을 내려야 한다.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의 37%는 발전부문에서 기인하며, 발전부문의 80%는 석탄발전 때문이다. 미세먼지 배출 역시 예외가 아니다. 현재 가동 중인 60기의 석탄발전 배출량은 경유차 930만대보다 많다. 환경비용만 고려해도, 석탄발전은 경제적으로도 최적 전원이 아니다. 삼척석탄화력발전소도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가 우리나라 관리 기준을 초과할 것이다. 비소, 벤젠, 카드뮴, 6가크롬 등 발암물질도 배출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고스란히 심각한 건강 피해로 이어진다. 맹방 해안에 매립 중인 석탄 하역부두의 경관 훼손과 생태계 파괴, 비산먼지 등도 문제다. 포스코에너지는 ‘삼척시 지역경제 활성화 및 고용창출 등 지역사회와 동반성장’을 홍보하고 있다. 사적 이윤을 볼모로 주민 희생을 요구하는 방식은 광양제철소와 똑같다.

국민의 건강권과 알 권리가 경제 때문에 희생되는 개발 맹신 시대는 지났다. 경제냐 환경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케케묵은 이분법적 논쟁도 적절하지 않다. 2015년 유엔 총회는 글로벌 공동 추진 목표로 ‘지속 가능 발전 목표’를 채택했다. 슬로건은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것’. 이윤의 극대화라는 자본주의 속성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주민의 건강을 외면하지 않고, 경제와 동시에 환경을, 분배의 정의를, 문화적 다양성을 고려해야 한다. 광양제철소와 삼척화력발전소에 대한 포스코의 겸손한 사과와 전향적인 조치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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