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임명으로 대한민국이 얻은 것

2019.09.17 21:07 입력 2019.09.17 21:09 수정

[서민의 어쩌면]조국 임명으로 대한민국이 얻은 것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 중 한 구절이다. 사람들은 이를 향후 대통령의 국정 운영 원칙으로 받아들였다. 조국 법무장관 임명 당시 이 말이 유독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건, 그 믿음이 배신당했다고 여겨서였다. 불과 2년여 만에 대통령이 확 달라지기라도 한 것일까? 그럴 수도 있지만, 다음과 같은 가능성도 있다. 자녀교육, 재산증식, 가족관계는 물론 민정수석 업무에서마저 무능하기 짝이 없는 조국이 사법개혁 면에서는 이 나라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능력자일 가능성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지지율에 신경을 쓰는 대통령께서 인기 하락을 감수하면서까지 조국을 임명했을 리가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난 조 장관이 펼칠 사법개혁이 어떤 것인지 무척이나 기대된다. 어쩌면 향후 100년 정도는 건드리지 않아도 될 만큼 대단한 사법개혁을 할 수도 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건 대한민국의 큰 행복이며, 과반수의 국민이 조국을 반대하고 문 대통령까지 싸잡아 비판한 일은 대한민국의 ‘흑역사’로 남을지도 모른다.

[서민의 어쩌면]조국 임명으로 대한민국이 얻은 것

조국으로 인해 얻는 이득은 이것만이 아니어서, 얼핏 떠오르는 것만도 2만개가 넘는다. 그중 네 개를 여기 소개하는 까닭은 아직도 조국을 반대하는 시대착오적인 분들이 마음을 고쳐먹길 바라서다.

첫째, 누구나 장관이 될 수 있게 해줬다. 2000년 도입된 인사청문회는 장관에 뜻은 있지만 청렴한 삶을 살아오지 못한 이에게 눈엣가시였다. 수많은 이들이 이 덫에 걸려 낙마했고, 제도가 정착되면서 어지간한 사람이 아니면 장관을 꿈도 못 꾸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조국은 이들에게 희망을 줬다. 의혹은 모른다고 잡아떼면 되고, 인사청문회는 안 하거나 약식으로 해도 된다. 설령 야당의 반대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없다. 대통령이 그냥 임명하면 되니 말이다. 이건 다 조국의 공이다.

둘째, 시위가 줄어든다. 시위를 민주주의의 꽃이라 보는 이도 있겠지만, 사실 시위야말로 시대착오적이고 비효율적인 행위다. 날도 더운 여름에 촛불을 들고 서 있는 것도 어이없지만, 가장 큰 비효율은 시위장소 주변 길이 막히는 것이다. 그 인근에서 약속을 했다가 늦는 바람에 발을 동동 구르던 기억, 다들 한 번씩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시위의 자격이 엄격히 제한됐으니 말이다. 서울대생들이 조국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을 때, 사람들은 그들을 나무랐다. “너희는 왜 나경원 아들한테는 시위 안 하니?” “너희들 김성태 딸 때는 촛불 들었니?” 이제부터 시위는 다른 모든 적폐들에 맞서 싸웠던 사람만 할 수 있게 됐는데, 문제는 그런 사람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참지식인 유시민의 발언 이후 마스크를 쓰고 시위에 나가는 것도 어려워졌으니, 자격을 갖춘 이가 있어도 선뜻 나서기 꺼려진다. 그 결과 시위는 사라지고 길이 막히는 일이 더는 없어질 터, 이것 역시 조국의 공이다.

셋째, 대한민국이 화합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문 대통령의 극성 지지자를 뜻하는 문빠들은 그간 은근히, 아니 대놓고 박사모를 무시했다. 그럴 만도 했다. 적폐의 상징인 대통령이 탄핵되고 또 구속되는 와중에 자택으로 몰려가 지켜주지 못해서 죄송하다며 절을 했고, 심지어 그를 ‘공주마마’라 부르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조국 임명 과정에서 관찰한 문빠들의 언행은 박사모와 아주 흡사했다. 조국에게 불리한 소식은 다 가짜뉴스로 몰아붙이는 것도 그렇지만, 자신들이 열렬히 환영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을 조국을 수사한다는 이유만으로 적폐 취급하는 장면은 희대의 코미디였다. 그간 대한민국의 갈등이 문빠와 박사모 간의 지나친 다툼에서 비롯됐다면, 조국의 장관 임명은 두 집단이 동류임을 알게 해줌으로써 친하게 지낼 수 있게 해줬고, 그토록 바라던 하나 되는 대한민국의 가능성도 열어줬다. 조국이 법무장관이 되지 않았으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넷째, 증권사 직원이 컴퓨터 전문가임을 알게 해줬다. 컴퓨터에 문제가 있을 때 우리는 AS 기사를 부른다. 그런데 AS 기사는 바쁘고, 출장 서비스엔 돈이 든다. 할 수 없이 무거운 컴퓨터를 들고 수리센터에 가 하염없이 기다리거나, PC방에서 시간을 보내며 눈물을 삼킨 기억, 다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 증권사 직원에게 부탁하면 된다. 그들은 가까운 곳은 물론, 경북 영주 정도 되는 먼 곳도 직접 차를 몰고 출장을 나가준다. 컴퓨터의 문제가 주로 하드에서 발생하는데, 하필이면 증권사 직원들은 하드 교체의 달인이다. 돈도 줄 필요가 없다. “도와줘 고맙다”고 덕담만 해주면 아주 좋아한다. 컴퓨터로 일하는 수많은 이들이 어려울 때 신속한 도움을 청할 곳을 찾은 건 누가 봐도 대한민국의 이득이며, 이는 조국이 아니었다면 가능하지 않았다.

이제 대통령이 국정철학을 거스르며 조국을 법무장관으로 임명한 깊은 뜻을 알았으리라. 그러니 인터넷에 악플을 다는 대신 밖에 나가서 대통령 만세를 외치자.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사법개혁이란 게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행여 구체적인 성과가 없다 해도 조국을 욕하는 대신 자유한국당을 소환하자. 그건 지난 정권에 쌓인 적폐가 워낙 거대한 탓일 뿐, 조국의 능력이 부족한 탓이 절대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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