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본법부터 이야기합시다

2019.11.17 21:08 입력 2019.11.17 21:09 수정
조희원 |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

‘청년’이라는 글자를 앞에 두고 활동하다 보니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을 때가 있다. 최근에는 책을 두 권이나 받았다. 두 권 모두 흔히들 ‘밀레니얼’이라 말하는 내 세대를 분석한 책이었다.

[NGO 발언대]청년기본법부터 이야기합시다

찾아보니 요즘 밀레니얼을 주제로 한 책이 유행이라고 한다. 올 한 해만 비슷한 주제의 책들이 20종 이상 나왔다는 기사도 있다. 원래 있었던 1990년대생을 새삼스레 ‘온다’고 표현한 책은 40만부 가까이 팔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정말 그렇게까지 팔린다고?”였다. 청년이, 우리가 궁금한가? 궁금해서 한다는 게 독서인가? 궁금하면 보통 말을 걸지 않나?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지만 일단 읽어보기로 했다.

보내주신 분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두 권 모두 끝까지 읽기를 포기해버렸다. 끝까지 청년을 타자화하는 서술에 더는 흥미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1990년생이 왜 ‘오나’? 혹자는 1990년대생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시기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청년은 직장의 동료 사원이 되어야 비로소 이해할 필요가 있는 논의의 대상이 된다는 거다. 하지만 1990년대생은 언제나 거기 있었다. 당신의 가족으로, 학교 선후배로, 투표장의 유권자로, 광장에서 뜻을 같이한 촛불로. 항상 그 옆에 서 있었다. 청년은 뜬금없이 나타나 자기주장을 늘어놓는 이방인이 아니다.

누군가에 의해 타자의 얼굴을 한 2030세대는 대의보다 개인에 집중하는 이기적인 부류다. 기성세대가 본인이 속한 사회와 조직을 생각할 때, 청년은 그보다 먼저 ‘나’를 생각한다는 거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더 생긴다. 왜 개인은 대의가 되지 못하나? 지금의 청년세대는 누구보다 일상의 부당함에 예민하다. 한순간의 침묵이 동료의 불행, 나아가 사회적 재난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과 신자유주의의 흐름 속에서 사라져버린 개인의 권리를 대의라고 생각하는 것이 오늘의 2030세대다.

대의에 가려졌던 환경, 여성, 일상 민주주의, 평등 등 모두의 권리를 사회적 필요로 만들어 내는 것. 지금 이곳에서 청년들이 하고 있는 일이다. 그래서 청년 감수성은 이 사회에 꼭 필요하다. 누군가에겐 좀 불편하고 때론 무섭겠지만, 일상의 권리를 지키는 것은 이 사회를 책임져야 할 시민으로서 우리 세대가 하는 가장 정치적인 행위다.

이처럼 일상적 정치를 이어가는 청년이 이 사회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직접 만들어낸 법안이 있다. 청년기본법이다. 청년기본법은 과정부터 청년이 주도해 만들어진 법안이다. 청년문제를 일자리 문제로 바라보는 단기적 시각에서 벗어나, 청년이 직접 청년문제를 말하고 종합적인 대안을 세울 수 있도록 기초를 다지는 데 목표를 둔다.

이 법안은 20대 국회 시작 직후 발의돼 1만명이 넘는 청년의 지지를 받고 여야 합의까지 이뤄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이것 또한 다른 ‘대의’에 밀려난 걸까.

청년이 궁금하신지? 청년기본법부터 세워놓고 이야기를 시작하자. 그럼 정말 1990년대생이 ‘올’ 수도 있다. 일상의 부당함을 거부하고, 앞장서 나와 동료 시민의 내일을 그리는 청년 감수성을 양손 가득 안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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