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불로소득에 관대한 정부

2019.11.24 20:45 입력 2019.11.24 20:46 수정

‘돈 생기면 땅이나 집 사라’라는 말이 유독 많이 들린다. 아파트 모델하우스와 부동산 경매장도 인파로 북적인다. 오죽하면 ‘부동산 불패’ ‘갭투자’란 말이 나왔을까 싶다. 실수요자도 있겠지만,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 잡고 있는 투기수요도 많기 때문일 것이다.

[NGO 발언대]부동산 불로소득에 관대한 정부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서울 주요 34개 아파트를 대상으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이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 25평 기준 강남권 아파트 평균값은 1999년 2억2000만원에서 2019년 8월 16억2000만원으로 7.4배나 올랐다. 비강남권 역시 같은 기간 1억7000만원에서 7억7000만원으로 4.5배가량 상승했다. 같은 기간 노동자 월평균 임금은 121만원에서 약 270만원으로 2.4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역대 정부가 부동산 불로소득에 관대한 정책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같은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KB국민은행 부동산 시세를 통해 분석한 결과, 집권 2년 반 동안 서울 아파트값이 평균 한 채당 2억5000만원, 전체 약 500조원 상승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불로소득주도성장’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대통령은 부동산이 안정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3분기 소득하위 계층의 소득이 조금 늘었다고 자화자찬을 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17차례 쏟아냈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서울 집값 잡겠다고 조세제도, 금융정책, 가격정책 등 여러 종류의 정책을 펼쳤지만 부동산 시장은 코웃음만 치고 상승가도를 이어갔다. 다섯 가지의 이유로 인해 예상되는 결과였다.

첫째, 정책 강도가 약해 실효성이 없었다. 대표적으로 종합부동산세 인상률이 미미해 감내할 수준이었고, 별도합산토지세율은 건드리지도 않아 부동산 투기의 큰손인 재벌들이 제약받지 않았다. 날카로운 칼을 들이대야 할 분양가상한제엔 무딘 핀셋을 들이댔다. 둘째, 잘못된 수단들을 사용했다. 그 예로 2기에서 실패한 정책이자 서울 집값과 관련성이 떨어지는 3기 신도시 공급정책을 발표했다. 셋째, 투기수요의 자본력과 1100조원이라는 저금리 상황에서의 시중 유동자금을 우습게 봤다. 넷째, 정책 추진 관료들 중 부동산 갑부와 다주택자가 많다는 점이 투기심리를 떠받쳤다. 마지막으로 예타 면제 공공사업, GTX 건설, 생활형 SOC와 도시재생뉴딜 등 100조원에 육박하는 개발사업들이 즐비하게 발표됐다. 지방정부의 대규모 개발계획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원인을 제공했다. 이러한 요소들이 여러 정책에도 불구하고 투기를 조장해 부동산 가격을 밀어 올렸다.

최근 정부는 서울을 중심으로 고가 주택 매입 자금출처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불로소득을 줄이는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의 정책을 수정하는 게 더 실효성 높을 것으로 보인다. 즉 공시가격 현실화와 보유세 강화, 분양원가의 투명한 공개는 물론 분양가상한제를 전면 실시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3기 신도시와 지자체 나눠주기식 대형 토건사업들은 재검토해야 한다. 부동산 투기가 활개를 치고 불로소득이 넘쳐나는 사회는 절대 건강할 수 없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불로소득을 꿈꾸지도 못하고, 만족하지 못하는 임금에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일하고 있다. 올바른 정부라면 불로소득자가 아닌 근로소득자에게 관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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