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없는 집값 안정, 꿈은 아니다

2019.12.17 20:50 입력 2019.12.17 20:55 수정

문재인 정부 들어 18번째 부동산대책이라는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 발표된 지난 월요일(16일)은 올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납부기한이었다. 지난해 보유세 개편 후 첫 종부세이기에 강남을 중심으로 고삐 풀린 주택시장에 얼마나 세 부담이 늘었는지 관심이 높았다.

[경제와 세상]투기 없는 집값 안정, 꿈은 아니다

올해 종부세는 대략 59만5000명이 3조3000억원을 내 1명당 평균 555만원을 부담했다. 작년보다 인원은 12만명(28%), 세금은 1조2000억원(58%) 늘었다. 그중 주택분만 보면 주택 소유자의 3.6%인 50여만명이 대상이다. 종부세를 내는 사람들은 ‘세금폭탄’이라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오른 집값에 비해 ‘껌값’이라 한다.

외형만 보면 이명박 정부 이후 유명무실화된 종부세가 되살아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주로 자산가격 상승으로 인한 것이고 세 부담도 12년 전 참여정부 때와 비슷하다. 무엇보다 집값은 이런 종부세에 아랑곳하지 않고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TV로 방송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반드시 부동산가격을 잡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그간 수많은 부동산정책으로도 잡지 못한 집값을 어떻게 잡겠다는 것인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요즘 핫하다는 서울 아파트의 올해 거래량은 약 5만건에 불과하다. 2년 전 약 10만건, 작년에 약 8만건이었던 것에 비해 거래량은 대폭 줄었다. 한편 전국의 주택은 지난 10년간 약 1510만채에서 약 1999만채로 489만채가 늘었지만 그중 절반은 다주택자의 차지였다.

거래량이 반토막 나고 공급은 그토록 늘었는데 집값은 어떻게 오를 수 있었을까? ‘주택시장’에 똬리를 튼 다주택 자본가와 투기세력 덕분이다. 그들은 집값이 급등하면 시장원리에 따라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한다. 하지만 재건축 등 공급을 아무리 늘려도 그들의 먹잇감일 뿐이다. 그 속에서 내집 마련에 초조한 국민들 중 피해자가 속출하고 집 없는 서민들은 좌절한다.

주택시장은 ‘시장경제’의 한 영역으로 인식된다. 그러기에 정부가 결코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고 한다. 정부도 이 범주에서 부동산대책을 내놓고 시장 참여자들은 그 정책을 이용해 ‘트랜스포머’처럼 변신해 이익을 취해왔다. 이러다보니 정부정책은 대부분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언제까지 주택시장을 시장경제라는 미명하에 투기세력에 내줄 것인가? 주택이 시장경제의 영역보다 주거복지를 실현하는 확장된 복지 부문의 사회정책 영역임을 선언하고 주택시장 대책보다는 확장된 주거복지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주택 공개념’에 기초해 반공동체적인 다주택 보유와 주택투기에 징벌적 과세와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 헌법도 사유재산제와 시장경제에서 공공복리와 경제민주화를 위한 규제와 조정을 허용한다.

이번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은 대출 등 금융규제를 강화하고 종부세를 최대 0.8%포인트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68.1%에 불과한 공시가격 시가반영률을 내년엔 더 올리고 특히 30억원 이상 고가주택은 80%로 높인다.

하지만 이런 ‘평시대책’으로 집값이 안정되고 투기이익을 제대로 환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전히 다주택 중과 수준은 낮고 공시가격 현실화는 지지부진하고 임대주택 등 합산배제 루프홀은 손대지도 않았다. 집값은 한도 없이 오르는데 매년 부과한도도 여전하다.

특히 공시가격 현실화는 안이하다. 평가금액이 있지만 현실화율로 잘못 운용한 것이니 연차별 조정이 아니라 ‘시가’로 평가하되 상황에 따라 적용률을 두어야 이치에 맞다. 공시가격은 상속세·증여세 등 자산과세도 쓰이니 시가의 80%로 올려도 20%는 특혜가 된다. 공시가격은 주로 과세에 쓰니 다른 나라처럼 과세당국이 맡거나 독립적 평가기구를 두는 것이 좋다.

종부세는 다주택 보유나 투기가 불가능한 수준의 중과세가 필수적이다. 대신 장기거주나 고령자 등 1주택자는 당분간 재산세까지 배려해야 성공할 수 있다. 종부세만 잘 작동시켜도 다주택 보유와 투기는 사라지고 유동자금은 자본시장과 기업투자로 돌아갈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집값을 잡겠다고 약속하면서 “나에겐 임기 절반이 아직 남았다”고 말했다. 그런 결기에서 이번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도 나왔다. 하지만 임기 내 주택투기를 근본적으로 막고 집값 안정을 항구적으로 이루려면 엄정한 과세와 형사처벌이 가능한 제도, 주택시장의 공공성 확보를 최우선하는 정책 등 주택시장에 대한 패러다임을 먼저 바꿔야 한다. 이 정부의 성패도 결국 부동산과 세금제도에서 판가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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