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인하,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셈법’

2020.04.12 20:50 입력 2020.04.12 21:04 수정

하루 20만명이 오가던 인천공항의 이용객이 1만명 이하로 떨어졌다. 공항에서 일하는 한 친구는 최근 3개월간 쉬라는 통보를 받았다. 유급인지 무급인지는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상황이 장기화되면 아예 해고 통보가 올지도 모른다.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수만명의 노동자를 생각하면 아찔해진다. 아주 막막하고 긴 터널의 초입에 우리는 서 있다.

[NGO 발언대]임대료 인하,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셈법’

코로나19로 모두 어렵다지만 이러한 때도 영향을 받지 않는 소득이 있다. 임대소득이다. 우리나라 상위 10% 자산가들이 전체 자산의 43%를 소유한다. 이 비율은 지난해에 1%포인트 상승했다. 통계청은 서울의 아파트값이 크게 오른 결과라고 분석한다. 10년간 지어진 490만채의 집 중 250만채가 다주택자의 손에 들어갔다. 집을 많이 짓는다고 무주택자가 집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상위 1%의 주택보유량은 평균 7채로 10년 전에 비해 두 배 늘어났다.

높아지는 집값은 집을 사려는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집값은 집 없는 사람들의 임대료 부담과 연결된다. 일반적으로 월 소득 중 주거비 비율(RIR)이 30%가 넘으면 주거비 부담이 높은 상태로 본다. 한국의 소득 하위 20%는 이 비율이 50%에 달한다. 소득 하위 40%는 28%, 중간소득계층인 60%까지도 24%다. 집은 사람들의 노동을 월세, 대출로 흡수해 덩치를 키웠다. 소득이 낮을수록 주거비 비율이 높기 때문에 저소득 노동자일수록 소득 중단은 주거박탈로 이어지기 쉽다.

그런데 정부의 대책은 거꾸로 갔다. 건물주들이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하여 임대료를 삭감해주겠다고 나서자 정부는 이들의 주머니를 다시 채워주겠다고 발표했다. 임대료 인하를 장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결국 세입자가 건물주의 호의에 기대야 하는 상황을 방조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건물주보다 세입자 우선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뉴욕을 비롯한 미국 34개 주에서는 코로나19와 함께 강제퇴거 금지를 선언했다. 독일에서는 9월 말까지 임대료 연체에도 퇴거시킬 수 없도록 하는 법을 제정했다.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월세를 내지 말자는 월세 파업(rent strike)이 확산되고 있다. 캐나다의 월세 파업은 국가가 임대인에게 직접 월세를 지급하라고 요구한다. 국가의 지원을 받기 위해 임대인은 임대료와 관리비를 국가에 통보해야 하니 임대수입에 대한 통계자료까지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월세 파업을 제안하는 이들의 생각이다.

이제 불평등의 고리를 종식시키자. 경제위기를 핑계로 한 대규모 해고와 ‘방 빼’ 행렬을 묵인하지 말자. 다주택자의 임대소득과 집값 상승에 따라 증식한 자산을 코로나19 해결을 위한 비용으로 요구하자. 임대인은 임대료를 인하하고, 정부는 강제퇴거 금지, 임대료 동결 또는 인하를 위한 통제책을 마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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