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의에 투표하자

2020.04.05 21:08 입력 2020.04.05 21:10 수정

한반도 고산 침엽수의 멸종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녹색연합은 지리산, 덕유산, 계방산 등 백두대간 핵심 지역 해발 1600m 전후 아고산대 가문비나무의 집단 고사를 확인했다. 수분 부족으로 나무껍질이 벗겨지고 선 채로 앙상히 말라가면서 봄철 강풍에 뿌리째 뽑힌 모습이었다. 한라산 성판악 진달래대피소와 영실 윗세오름의 구상나무 군락도 비극적 상황이다. 한반도 백두대간 생태계의 상징적 존재인 구상나무, 분비나무, 가문비나무가 차례차례 멸종의 임계점을 넘은 것이다. 한반도 숲 생태계는 이제, 기후변화로 인한 멸종을 생생히 증언하고 있다.

[NGO 발언대]기후정의에 투표하자

고산 침엽수의 멸종은 우리 생활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코로나19는 현재 209개국에서 감염자가 확인되었고, 전 지구적 재난으로 확산 중이다. 코로나19, 사스, 메르스, 에볼라, 니파 바이러스의 숙주는 야생 박쥐였고, 박쥐와 접촉한 천산갑, 낙타, 원숭이, 사향고양이, 돼지를 통해 인간에게 전염된 것이다. 이러한 인수공통감염병이 창궐한 이유는 산림 파괴, 밀림 벌채 등 난개발로 야생동물 서식지가 사라지고, 무분별한 식용과 약재 거래, 공장식 밀집 사육 등 야생동물과 인간의 물리적 거리가 좁혀졌기 때문이다. 산불, 홍수, 가뭄, 강설 등 기후위기의 징후들은 생태계의 단절과 훼손, 바이러스의 창궐 빈도를 높이고 있다. 감염병 대유행을 경험하고서야 우리는, 인간 건강은 건강한 ‘생물다양성’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세계보건기구는 지난 세기 감염병의 70%가 인수공통감염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야생 상태의 ‘바이러스 X’는 예측 불가능한 ‘인간 질병 X’로 전환할 가능성이 점점 커졌다. 우리 인간은 생물다양성과 인간의 상호 건강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고도 성장을 외치며 경계를 넘어섰다. 야생은 개발과 통제가 가능하다는 생각과 과학기술 만능주의는 코로나19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1.5도의 경고를 무시한 ‘기후위기 팬데믹 쓰나미’는 현실이 될 것이다. 과연 우리는 정신 차리고, ‘기후정의’에 응답할 수 있을까.

기후위기는 생물다양성의 위기이며, 이는 곧 인간 생존의 위기를 부른다. 위기는 깊고 넓게 곪아간다. 근대의 정치, 경제, 사회는 생물다양성, 사회다양성, 정치다양성을 보전, 확대, 보장하지 않고 ‘유일하게’ 내가 정답이라는, 나만 할 수 있다는 환원주의 사고에 사로잡혔다. 극단적 환원주의는 파시즘처럼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파괴한다. 한국의 거대정당 독점정치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생물다양성과 기후위기에 응답하지 않는 정치인과 정당은 인수공통감염병의 동조자일 뿐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가 재난에도 ‘물리적 거리 두기’가 무색하게 선거운동은 시작되었다. 우리는 ‘기후악당, 기후파쇼’가 아닌 기후정의에 투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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