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같은 급변기 과거의 사고방식 버려야

2021.02.04 03:00 입력 2021.02.04 03:03 수정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도 국가 정책 내지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 시 객관적인 통계자료나 수치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객관성을 인정받는 분위기가 되었다. 물론 중요한 업무를 추진함에 있어서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하는 것은 당연히 지양해야 한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하지만 주변 환경이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이전의 환경 속에서 도출된 일련의 통계 수치들은 현재의 상황을 대변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는 통계자료를 활용한 수치적 접근이 아닌 전혀 다른 접근법이 요구된다. 코로나19로 경제 전반의 환경이 급격하게 변모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 역시 여기에 해당한다.

코로나19 못지않은 경제적 충격을 가져다 준 오일쇼크만 보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970년대 오일쇼크는 단순히 원유 가격만 변화시킨 것이 아니다. 오일쇼크로 인한 유가 상승은 휘발유 자체의 소비량에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 자동차, 거주지, 여름휴가, 가전제품 등의 소비량과 소비 방식 또한 크게 변화시켰다.

과거에는 성능 좋은 대형차를 선호해 왔던 사람들이 연료비에 대한 부담으로 소형차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직접 운전을 하면서 장거리 캠핑 여행을 즐기던 사람들 또한 비행기로 이동하는 것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거주지 선호도 역시 변했다. 비록 출퇴근길은 다소 멀더라도 교외 지역의 크고 조용한 집을 선호하던 사람들이 직장 가까운 지역으로 이사하기 시작했다. 거주 형태 또한 고풍스러운 오래된 집보다는 최신 단열재나 방한용 이중창이 설치된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으로 변했다. 가전제품 역시 크고 웅장한 제품보다 작고 에너지 효율성 높은 제품들을 선호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이처럼 유가 상승은 휘발유 소비량에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 다른 여타 제품의 소비 행태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었고 이로 인해 사람들의 주거 환경, 소비패턴 전반의 변화를 가져왔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읽고 대응했던 국가들에는 그 뒤에 크게 번성하는 기회요인이 되었다. 이처럼 오일쇼크와 같은 경제적 충격은 해당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상황까지 송두리째 바꿀 수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상에서 열거한 일련의 변화들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는 모습들이기 때문에 과거 통계자료들은 이러한 현상을 대변하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 통계 수치에만 의존해 의사결정을 내릴 경우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결국 퇴보의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

사람들이 변화를 쉽게 수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더 있다. 사실 많은 기업인들 중에는 앞으로 전개될 산업적 변화들을 인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자책 시장이 대두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전자책 판매 가격을 크게 인하하고자 하는 기업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전자책의 판매량은 증가할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종이책 판매량이 줄어들 수 있다. 많은 기업인들이 기존의 전략을 쉽게 수정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할 때 최근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는 명확해지는 듯하다. 좀체 크게 개선될 여지를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에게 중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듯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취해야 할 태도는 과거의 경영전략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변화된 환경을 명확히 직시하고, 새로운 환경에 부합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처럼 과거의 데이터에 의존한 판단과 과거의 방식에 의존한 사고부터 버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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