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가계부채 대응책 경기대응완충자본 제도

2021.05.06 03:00 입력 2021.05.06 15:53 수정

지난달 29일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환영할 일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170%를 훌쩍 넘어섰다. 이는 2019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수치다. 국제결제은행(BIS)이 발표하는 국내총생산(GDP)-민간신용 갭이 작년 하반기에 경고단계에 들어섰고, 3분기 기준 16.9까지 상승했다는 사실은 전문가들이 누누이 지적해온 바이다. 가계신용 규모는 작년 말 기준으로 GDP 규모를 추월했다. 또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작년 말 기준 전년 대비 10.7% 상승했다.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율을 중기적으로는 4%대로 억제하겠다고 한다.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 주목할 만한 사항은 하반기에 가계부문 경기대응완충자본을 도입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 연구소 소장

정중호 하나금융경영 연구소 소장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건전성 규제 강화 방안으로 바젤 III가 도입되었다. 여기에서 개별 은행의 유동성 및 최저자본비율 규제 강화에 더하여 최초로 신용사이클에 대한 거시건전성 감독수단으로 도입된 게 경기대응완충자본이다. 이 제도는 경기순응성, 즉 실물경제의 흐름을 과도하게 증폭시키거나 위축시키는 신용사이클을 억제하고, 과도한 신용팽창기에 뒤따르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은행들이 손실을 적절히 흡수할 수 있는 자본을 사전에 적립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규제 수준이 일정한 최저자본비율 규제와 달리 이 제도는 경기 및 신용 상황에 따라 규제 수준을 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경기대응완충자본 규제를 은행대출 전체가 아니라 신용의 과잉 팽창이 우려되는 특정 부문, 예컨대 가계대출에만 적용하는 게 가계부문 경기대응완충자본 제도이다.

현시점에서 이 제도가 가진 장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통화정책과 금융안정정책 간 상충 문제를 줄이거나 해소할 수 있다. 물가 안정 혹은 경기 대응을 위해 금리 조절을 주된 수단으로 하는 통화정책과 신용공급의 주된 주체인 은행의 대출에 영향을 주는 경기대응완충자본 모두 대출시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문제는 지금 우리 경제상황처럼 물가 수준이 정책목표를 하회하고, 실물경제가 온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황에서 신용 팽창과 자산가격 급등과 같은 금융 불균형이 발생하는 경우이다. 완화적인 스탠스를 유지하는 통화정책과 달리 경기대응완충자본 규제는 신용 및 유동성 공급을 억제함으로써 두 정책 간 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선 경제 전체가 아니라 리스크가 커지는 특정 부문에만 적용하는 경기대응완충자본이 상충 문제를 완화하고 좀 더 유효한 정책수단이 될 수 있다. 둘째,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소득 대비 부채비율(DTI), DSR 등 차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출규제 수단이 주로 신규 대출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 제도는 은행 대출의 상대적 비용을 변화시킴으로써 기존 대출 구성 전체에 영향을 주게 된다. 따라서 두 정책은 대출 증가세 억제와 함께 중기적으로 가계부채비율을 하락시켜 가계부문의 건전성 개선에 상호보완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향후 이 제도 운영에서 유의해야 할 점을 두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국내 은행들은 평균적으로 자본비율이 높고, 자본여력이 충분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 정책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현 자본비율 수준을 기준으로 추가 적립을 유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아니면 BIS가 권고하듯이 추가 적립 비율을 2.5% 이상으로 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규제비율 산정 시에 적용하는 위험가중자산의 대상은 가계부문 자산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이 규제의 운영과 관련한 정책당국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적기에 투명한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스가 확립되어야 한다. 즉 정책당국은 가계부채에 관한 전반적인 상황과 리스크에 대한 판단·평가 등을 분기별로 시장과 이해관계자들에게 발표하고, 또 시장의 의견을 청취하는 프로세스를 공식화해 적극 운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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