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하늘은 꾸물거리지 않는다

2021.07.19 03:00 입력 2021.07.19 03:04 수정

지역에 따라 때때로 소나기가 퍼붓지만 올 장마는 이제 끝나가는 듯하다. 기상청은 19일 이후 북태평양 고기압이 본격적으로 확장하면서 올 장마철이 끝날 것으로 내다봤다.

장마란 “여름철에 여러 날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현상이나 날씨 또는 그 비”를 가리킨다. 하지만 장맛비가 여름에만 내리는 것은 아니다. “봄철에 여러 날 계속해서 오는 비”는 ‘봄장마’이고, 그런 비가 가을에 내리면 ‘가을장마’다. 또 “초가을에 비가 오다가 금방 개고 또 비가 오다가 다시 개고 하는 장마”는 ‘건들장마’다. 이 중 봄장마를 제주도에서는 고사리가 나올 때쯤 내린다 하여 ‘고사리장마’라 부른다. ‘고사리장마’는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올라 있지 않지만 우리말샘에는 올라 있다. “겨울철에 여러 날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현상이나 날씨 또는 그 비”를 가리키는 ‘겨울장마’도 우리말샘에만 올라 있다.

비가 오는 양에 따라서는 ‘마른장마’(여름 장마철에 비가 아주 적게 오거나 갠 날이 계속되는 기상 현상)와 ‘억수장마’(여러 날 동안 억수로 내리는 장마)로 나뉜다.

장마는 얼핏 한자말처럼 보이지만 반은 그렇고 반은 그렇지 않다. ‘길다’ 또는 ‘오래다’를 뜻하는 ‘댱(長)’에 ‘물’을 뜻하는 ‘맣’이 더해져 쓰이다가 ‘장마’로 변한 말이기 때문이다. “제철이 지난 뒤에 지는 장마”를 가리키는 말 ‘늦장마’를 ‘늦마’로도 쓰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마’는 ‘물’을 의미한다.

장마를 뜻하는 한자말로는 ‘구우(久雨)’ ‘임우(霖雨)’ ‘적림(積霖)’ 등이 있다. “매실이 익을 무렵에 내리는 비”라 하여 ‘매우(梅雨)’로도 불린다.

우리나라 1년 강수량의 약 30%를 차지해 ‘제5의 계절’로도 불리는 장마철이면 많은 사람이 잘못 쓰는 말이 있다. “곧 비가 쏟아질 듯이 하늘이 잔뜩 꾸물거린다” 따위처럼 쓰는 ‘꾸물거리다’다. ‘꾸물거리다’는 “매우 느리게 자꾸 움직이다”를 뜻하는 말이고, “날씨가 활짝 개지 아니하고 자꾸 흐려지다”를 이야기하려면 ‘그물거리다’나 ‘끄물거리다’로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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