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연씨, 당당하게 살아가시기를

2021.12.16 03:00 입력 2021.12.16 03:02 수정

[조광희의 아이러니] 조동연씨, 당당하게 살아가시기를

며칠 전 프랑스의 르몽드는 조동연씨와 관련하여 ‘한국이 여성의 입지, 사생활 존중 그리고 성적인 자유에 관해 보수적인 사회라는 것을 드러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우리 기준에서는 너무 앞서 나가는 기사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장차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조광희 변호사

조광희 변호사

선거철에 새로운 인물이 영입되는 과정은 늘 당황스럽다. 자신의 영역에서 큰 업적을 쌓은 사람들이 당면한 선거의 승리를 위해 다급하게 수혈된다. 그야말로 응급환자를 위한 수혈이다. 최근에는 수혈조차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에서 성공적으로 민주주의를 성취한 몇 안 되는 나라라지만, 정치에 입문하는 것이 극도로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너나없이 학습했기 때문이다. 정치가 세상에 미치는 압도적인 영향을 생각하면 씁쓸한 일이지만, 정치에 몸담지 않았으면 널리 존경받으며 보람 있고 행복한 인생을 살았을 인재가 어디 한둘일까. 그 와중에 조동연씨가 등장했다. 알려진 경력을 보면 제법 흥미로운 인물이었는데, 그 후 전개된 뼈아픈 사정은 다들 아는 바와 같다.

주요 사실 중 제대로 확인된 것은 ‘결혼 중에 결혼제도 바깥에서 아이를 가졌고, 출산 후 이혼했다’는 것이다. 그가 직책에서 사퇴한 후 ‘아이를 가진 것이 자의가 아니었다’는 변호사의 해명이 있기는 했다. 사실이라면 너무나 슬픈 일이겠지만, 사람들은 그사이 다들 현명해져서 이제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

솔직히 나도 조동연씨의 문제가 된 인생사가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변호사의 주장대로 조동연씨가 피해자라면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겠지만 속사정을 알 길이 없다. 내가 안타까운 것은 그런 논란이 벌어지고 소비되고 마무리되는 과정의 폭력성이다. 유망한 사람의 졸속 정치입문, 상대를 흠집 내는 것에 골몰하는 붕당정치, 장삿속으로 사건에 개입하는 악당들 그리고 우리의 관음증이 끔찍하다. 나는 그 사생활의 내용을 옹호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사실이 무엇이냐에 따라 평가는 많이 달라질 수 있는데, 나는 내막을 알지 못한다. 다만, 어떤 경우든 이 사안을 처리하는 이 사회의 천박함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인간은 모순덩어리다. 이리 보면 성자 같고, 저리 보면 악마 같다. 실제로는 훌륭한 점과 난감한 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이쪽에 현미경을 들이대면 부처처럼 보이고, 저쪽에 현미경을 들이대면 위선자처럼 보인다.

조동연씨가 범죄의 희생물이라면 모를까 스스로 선택한 삶이었다면 양해하기 어렵다는 견해는 이해될 수 있다. 나도 얼마간 의아하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게 과연 그럴 일일까. 지금 알려진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해도 수많은 기구하고 안쓰러운 사연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파탄이 난 결혼생활, 뜻밖의 사랑, 원치 않은 아이, 어쩔 수 없는 출산과 그에 책임지기 위한 이혼을 상상하는 데 대단한 상상력이 필요하지는 않다. 이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사생활에 괄호를 치고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회는 그러기는커녕 사생활을 해부하는 데에 일가견이 있다.

조동연씨에게 깊은 위로를 보낸다. 나는 심지어 이 시련이 그에게 다행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시련을 심리적으로 극복하기만 한다면, 떠나고 싶어도 못 떠나는 삼류정치의 세계에서 드잡이를 하며 낭비했을 10여년의 인생을 절약한 것일 수도 있다. 어차피 아무 잘못이 없는 아이들이 당당하게 살도록 하는 것은 당신의 몫이다.

우리 모두가 그렇듯이 당신은 성녀도 아니고 악녀도 아닐 것이다. 누군가의 삶을 지고한 것으로 또는 추악한 것으로 규정하려는 거의 모든 시도는 거짓이다. 우리는 모두 위대한 동시에 비천하다. 당신이 스스로의 선택으로 다른 남자를 만났어도 당신의 인생이 부정될 필요는 없다. 인간은 누구나 남들에게 구구하게 설명할 수 없는 자신만의 진실과 사연을 가지고 있다. 사생활은 그래서 기어코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더러운 이익을 위해 사람을 저격하는 야수들을 무시하라. 그들은 어차피 스스로 대가를 치를 것이다. 타인의 몰락을 즐기는 인간의 비루한 속성과 관음증에 저항하라. 당당히 살아가시라. 당신과 그리고 수많은 조동연의 앞으로의 삶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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