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는 길

2023.02.11 03:00 입력 2023.02.14 10:45 수정

윌리엄 프레더릭 위더링턴(William Frederick Witherington), 학교 가기(Going to School), 나무판에 유화, 117×92㎜, 1817년경. 테이트미술관 소장품

윌리엄 프레더릭 위더링턴(William Frederick Witherington), 학교 가기(Going to School), 나무판에 유화, 117×92㎜, 1817년경. 테이트미술관 소장품

‘학교 가기’라는 제목의 그림 중앙에 두 인물이 보인다. 시골 마을에 사는 모녀 같은데, 책과 가방을 들고 문밖을 나서는 것으로 보아 등교하는 아침인가 보다. 아직 잠이 깨지 않은 듯한 표정의 아이는 눈을 비비며 간신히 엄마를 따라나선다. 엄마는 아이의 한쪽 손을 잡고 어떤 생각에 잠긴 모습이다. 무엇이 염려스러운 걸까?

최근 모 OTT 드라마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며 화제가 되고 있다. 학교폭력 피해를 입은 학생이 어른으로 성장해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내용인데 그 파장이 적지 않다. 드라마 상황과 유사한 실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는가 하면 태국에서는 학폭 미투 운동이 촉발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꿈을 키우며 안정감을 느껴야 할 곳에서 폭행이 자행되고 권력에 의해 불의가 무마되는 것을 경험한 이들이 떠오른다. 그들은 바로 우리들이다. 복수극에 대한 호응 저변에는 대중이 울분하고 공감할 만한 시대 보편의 트라우마가 있는 것이다.

다시 그림으로 돌아가 사랑과 수심이 섞인 얼굴의 엄마를 본다. 이 회화는 19세기 영국 로열 아카데미 소속 작가 윌리엄 프레더릭 위더링턴(1785~1865)이 그렸다. 그는 산업혁명으로 혼란했던 당대 도시의 향수와 갈망을 회화 주제로 채택했다. 혹독한 현실보다는 평화로운 풍경과 안정적인 가정의 이미지 같은 것 말이다. 마치 어른들의 기대에 따르듯, 학교에 가는 아이의 순수한 모습도 그중 하나다. 다만 이 그림에서는 대상의 심리를 왜곡하지 않은 것 같다. 설렘과 흥분만은 아닌, 긴장과 불안이 섞인 감정이 드러났으니 말이다. 경쟁 사회로 향하는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는 부모의 심정이 그렇다.

오늘날, 우리에게 학교는 어떤 곳인지 생각해 본다. 기억 속 학교는 바꿀 수 없어도 내 자녀가 경험할 그곳 사회는 더 낫기 바라는 그런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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