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없이 보기

2023.02.18 03:00 입력 2023.02.18 03:02 수정

볼프강 틸만스, Inflight Astro, 2010 ⓒWolfgang Tillmans

볼프강 틸만스, Inflight Astro, 2010 ⓒWolfgang Tillmans

허블보다 뛰어난 기술을 장착한 제임스 웹 망원경이 전하는 우주의 모습은 경이롭다. 빅뱅 직후 탄생한 초기 우주별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우주에서 생명의 징후를 포착한다는 미션을 가지고 우주를 지켜보는 제임스 웹은 별이 태어나는 순간의 에너지가 우주가스, 성간 먼지를 휘저으며 연출하는 드라마틱한 풍경을 기록하고, 수십억년 동안 이동한 빛의 여정을 전한다. 과거의 빛을 보는 제임스 웹이 제공하는 고해상도의 우주풍경을 마주하면서, 우리는 예상치 못했던 장면, 상상은 해보았을지언정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기 시작한다. 물론 ‘사진’을 통해 봐야 하니까 ‘진짜 우주’와 ‘우주 사진’ 사이 어떤 왜곡이 있을지 모른다는 한계는 있지만, 그래도 두근거린다. 언젠가 제임스 웹이 주어진 미션을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나는 지금과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볼 수밖에 없겠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폐기하고 새로운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설레지만, 동시에 두렵기도 하다.

얼마 전 뉴욕 현대미술관(MoMA·모마)에서 열렸던 개인전 제목을 ‘두려움 없이 보기’라고 정한 볼프강 틸만스의 작업 여정은 장르나 매체가 규정하는 방법론으로부터 두려움 없이 벗어나는 용기로 가득하다.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으로 사진을 선택한 그는 관객 역시 두려움에 얽매이지 않고 작품들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인물부터 풍경, 사물, 우연히 만난 추상적 이미지까지 두루두루 작업 안으로 끌어들이는 그가 작업에 담은 우주의 풍경은 비행기 안에서 포착되었다. 그것은 우리가 고개 들면 언제라도 만날 수 있는 하늘의 모습이다. 제임스 웹이 전해줄 우주의 비밀이 어떤 무게로 내 삶에 도착할지 모르지만, 틸만스가 하늘을 날며 담담하게 우주를 말하듯, 두려움 없이 우주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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