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 들로네, 에펠타워, 1911~1912, 구겐하임 컬렉션

로베르 들로네, 에펠타워, 1911~1912, 구겐하임 컬렉션

종종 만나는 유럽 사람들에게 현재 운영하고 있는 전시공간 ‘d/p’를 소개하면서 1960년대 지어진 낙원상가라는 아주 오래된 역사적인 건물 안에 있다고 말하면, 그들은 한결같이 50년 된 건물을 왜 오래됐다고 소개하는지,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되물었다. 나에게는 50년이면 충분히 오래된 건물이지만 100년, 200년 넘은 건물이 즐비한 땅에 사는 그들에게 50년이라면 여전히 새 건물에 가까웠던 탓이다. 그런 경험을 반복한 뒤로는 더 이상 낙원상가를 오래된 건물이라고 소개하지 않는다.

프랑스 부동산 중개사 가족의 리얼리티 다큐프로그램 <라장스>는 프랑스 사람들의 집 안 풍경을 볼 수 있어 눈요기로 즐겁기도 하지만, 중개사가 집을 소개할 때 강조하는 설명 역시 흥미로웠다. 19세기 오스만식 아파트라는 것, 유명한 건축가의 주택이라는 것, 역사적 인물이 살았던 곳이라는 것이 집의 가격을 올렸다. 집의 헤리티지에 가격을 부여하는 게 인상적이다.

오스만도 한때는 파리 도시의 역사를 지우고 새 길을 닦은 폭력적인 도시개발자였건만, 어떻게 그의 선택은 도시의 정체성을 대표할 뿐 아니라 보존의 대상이 될 수 있었던 걸까. 로마 출신 건축가는 로마 건축가들의 비극은 새로운 건물을 상상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오로지 로마제국 시기 건물을 보존하는 것이 그들의 우선 과제란다. 로마에서 우리가 만나는 건축물도 틀림없이 그 당시에는 ‘새로움’이었을 텐데 왜 어떤 새로움은 역사로 보호받고 어떤 새로움은 가차 없이 허물어지는 걸까.

건설 당시 시민들의 공분을 샀지만 이제는 누구도 나무라지 않는 에펠탑은 당대 예술가들에게 흥미로운 피사체였다. 들로네가 남긴 에펠탑 그림을 보며 새로움이 역사가 되는 맥락을 따라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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