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이 풀어야 하는 고차방정식

2023.11.10 20:46 입력 2023.11.10 20:47 수정

최근 “금리가 이렇게 높아졌으니 상당한 부작용이 있지 않을까요?”와 같은 질문을 종종 받게 된다. 금리가 높아지게 되면 이자부담이 높아지면서 소비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게 되기 때문에 경제 주체들에게는 충격을 줄 수 있다. 특히 최근처럼 금리가 급격하게,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레벨까지 오르게 된 경우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금리가 올라서 이자 비용이 늘어나더라도 경제의 성장이 강하다면, 그리고 경제 주체들이 더욱 많은 소득을 만들어내고 있다면 높은 금리 레벨도 견뎌낼 수 있는 내성이 생겨나게 된다. 금리가 오르더라도 전혀 다른 결과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고금리의 영향을 판단할 때 단순히 금리만을 봐서는 안 된다. 성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금리가 오르더라도 성장이 더욱 강하다면 경제 주체들이 일정 수준의 금리 상승을 견뎌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경제는 지난 3분기 연율 4.9%의 놀라운 성장세를 보인 바 있다. 이런 수준의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강한 성장에 힘입어 높은 금리도 잘 견뎌낼 수 있다.

그렇지만 만약 그렇게 강했던 성장세가 둔화된다면 어떨까? 만약 금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성장이 과거 대비 약해진다면 실물 경제는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과거와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당장은 금리가 높아도 향후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경제 주체들의 확신이 있다면 지금의 높은 금리에도 불구, 견뎌낼 수 있는 심리적 내성이 생기는 것이다. 2022년 말 글로벌 경제는 고물가와 높아진 금리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에 직면했던 바 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의 패턴을 관찰해보면 실물 경기가 둔화될 것으로 보이거나, 혹은 주식 시장 등 자산 시장에 충격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이 아낌없이 유동성을 공급하며 금융 시장을 적극 지원해왔다. 일반적으로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금리가 높다면 충격을 받겠지만 머지않아 연준의 적극적 지원으로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다면,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며 강하게 견뎌내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이어져왔던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 부양책이 만들어낸 시장의 기대가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의 시장 흐름을 만든 것이다.

예상보다 강한 미국 경제로 인해, 그리고 향후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로 고금리임에도 미국 실물 경제와 자산 시장은 탄탄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성장을 보다 다각도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고금리를 견뎌낼 정도의 성장을 볼 때 여기서의 성장은 국가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미국 경제는 강한 성장세를 나타내지만 다른 국가들은 미국만큼 강한 흐름을 보이지 못할 수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금리인데, 한국의 금리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지만 반대로 미국의 금리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성장은 국가별로 다양한 모습을 보이지만, 금리의 경우 전 세계가 미국 금리의 영향권하에 있다.

미국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때 미국의 성장이 탄탄하다면 미국 경제는 안정적 흐름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이외의 신흥국 중에 성장세가 미국보다 상당히 부진하다면 어떻게 될까? 앞서 언급했던 고금리의 파고를 견뎌낼 수 있을까? 이렇게 되면 미국의 고금리에 미국 경제는 예상보다 적은 충격을 받을 수 있지만, 다른 신흥국들은 큰 충격에 휩싸일 수 있다. 전 세계 신흥국의 통화 가치가 하락하고,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의 금융 시장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최근의 상황을 이렇게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만의 나홀로 성장과 독주가 이어질 수 있을까? 과거와 달리 글로벌화로 인해 전 세계 경제와 산업이 모두 복잡하게 얽혀 있다. 신흥국들이 충격을 크게 받게 되면서 성장 둔화가 뚜렷해지면 해당 국가에 투자했던 미국의 투자 손실이 커질 수 있다. 해당 신흥국과 미국이 교역을 하고 있다면 이들의 충격이 미국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높다. 아무리 미국 경제가 강하다고 해도 글로벌 국가들의 부진이 장기화된다면 미국 경제 성장에도 역풍(headwind)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 경제의 상황만을 보면 금리의 추가 인상, 혹은 현재 상태의 높은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맞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국가들의 성장을 함께 감안한다면 미국 경제 상황에만 초점을 맞춘 고금리가 주는 부작용이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그리고 여전히 높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역시 미국 연준의 통화 정책 결정에는 또 하나의 고려 사항이 될 것이다. 연준의 향후 통화 정책이 풀기 힘든 고차방정식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오건영 신한은행 WM본부 팀장

오건영 신한은행 WM본부 팀장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