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공론화서 중요한 세 가지

어제(31일) 국회 연금특위 산하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했다. 곧 이해관계자 50명의 의제숙의단을 구성하고 500명의 시민대표단도 선정하여 공론화에 돌입한다. 4월에 공론화 결과를 도출하고 5월에는 여야 합의안을 만들겠다는 시간표이다.

이제라도 발을 뗐으니 다행이지만, 정말 느림보 행보이다. 주호영 연금특위 위원장이 공론화위원회 계획을 밝힌 게 작년 2월 초, 딱 1년 전이다. 이후 5월에 연금특위가 2기로 연장하면서 공론화위원회를 운영하겠다고 발표했으나 10월 기한까지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았다. 다시 11월에 시작한 3기 연금특위도 어제 위원회를 발족하는 데 두 달 이상을 보냈다. 무슨 숙의 의제를 구체적으로 정한 것도 아니다. 그저 위원회 구성에만 1년을 허비했다. 21대 국회 기간 넉 달을 남기고 세상에 나온 공론화위원회, 연금개혁에 대한 정치권의 무책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렇다고 성과를 못 낼 거라고 미리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다. 여기서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공론’은 시민들의 집단 숙의를 통해 도출되는 사회적 합의다. 개별 시민들의 당시 떠오른 생각의 집합인 ‘여론’과 달리 객관성과 균형감을 지닌 의견으로 인정받는다. 연금개혁처럼 사실을 둘러싸고 오해가 많고 주장 대립이 큰 주제일수록 공론화는 의미 있는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 공론화위가 제한된 기간에 목표를 이루려면 미리 핵심 길목을 파악하고 준비해야 한다. 다음 세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 의제와 질문 설정. 시민대표단에 연금개혁 방안으로 무엇을 물을 것인가? 연금제도는 복잡하고 논점도 다양하다. 공론화위는 모수개혁과 구조개혁 모두를 다룰 예정이다. 두 개혁의 관계는 복잡하게 접근하면 한없이 어렵지만 단순화하면 의제와 질문이 쉽게 마련될 수 있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다루는 모수개혁은 어떤 구조개혁에서도 필요한 과제이고, 구조개혁은 중기 방향을 잡는 일이다. 예를 들어, 모수개혁은 연금특위 민간자문위 공동위원장들이 제시한 ‘보험료율 15%·소득대체율 40% vs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 중 선호를 물으면 된다. 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의 3층 의무연금체계에서 연금개혁의 목표인 지속 가능성과 보장성을 모두 감안할 때 어느 게 적절한지 판단하는 질문이다. 시민대표단이 어느 방안을 다수로 선택하면, 이를 기준으로 구체적 수치를 다듬는 건 국회 몫이다. 한편 구조개혁은 긴 호흡의 방향 설정이다. 기초연금을 노인 70%에게 계속 지급할지 아니면 대상을 줄이면서 금액을 올릴지, 국민연금 재정에서 자동안정장치(확정기여형 전환)를 도입할지 등을 두고 선호조사하고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면 된다.

둘째, 충분한 팩트 토론. 연금개혁에서는 팩트 자체를 두고 논란이 크다. ‘훨씬 비싼 요금의 기존 서비스(15%+40%)’와 ‘조금 비싼 요금의 더 좋은 서비스(13%+50%)’ 중 고르라니, 당연히 후자 아닌가, 전자를 주장하는 건 왜? 이처럼 어리둥절한 경합도 대부분 팩트에 대한 다른 판단에서 비롯된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국제 수준과 비교하여 낮은지 비슷한지, 국민연금에서 수지균형 보험료율은 얼마인지, 국민연금이 재분배 효과를 내고 있는지 거꾸로 역진적인지, 기금소진연도 연장이 재정안정화로 등치될 수 있는지 등 상반된 팩트 주장이 전문가의 입에서 나온다. 이는 종종 입장 차이로 소개되지만 사실 제도 실태를 엄격하게 따지는 팩트 영역에 가깝다. 학술지 논문조차 협소한 심사의 한계를 지닐 수 있기에 연금개혁에선 시민 상식이 던지는 질문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전문가들이 상호토론하는 자리가 필요하다. 이래야 시민대표단과 일반 시민들이 토론을 보며 해당 의문을 해소하고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게 가질 수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셋째, 공론화위와 외부 여론 형성. 시민대표단이 권고안을 내겠지만 선출직 대표자는 아니기에 여전히 정당성의 한계를 지닌다. 2017년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는 공론화위 권고가 그대로 정부 정책에 받아들여졌지만, 2023년 선거제 공론화 결과는 완전히 무시되었다. 연금개혁은 선거제처럼 권고안이 법률 개정을 수반하기에 국회의 여야 합의까지 거쳐야 하는 사안이다. 이에 공론화위 활동이 실질적 힘을 가지려면 외부 여론을 동시에 동반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일반 시민들도 공론화위에서 진행되는 논의를 공유하여 공론화위 흐름과 비슷한 의견을 가지도록 사회적 토론이 병행되어야 한다. 공론화위는 논의 내용을 전면 공개하고 지역순회토론회, TV 토론회 등으로 일반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고, 언론도 연금개혁 공론화의 제2공간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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