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벌판에 혼자 그냥 빙글빙글 돌고 있는 기분”, “외롭고 힘드니까, 공허함이 커서 엄청 우울하고, 잠도 못 자고”, “딜리트 버튼 눌러 다 지워졌으면”. 2023년 한 해 동안 제주지역 사회적 고립·은둔 청년 연구진이 접한 청년들의 모습들이다. 고립·은둔 청년들은 인터뷰 과정에서 “계속, 뭔가, 잘, 하는, 하면, 해야, 생각을, 일을, 되고, 못, 나는…” 등의 표현을 자주 했다.
지난 10년 동안 방송 3사와 전국 일간지 11곳의 뉴스 기사에서 고립·은둔 청년문제는 1000건 이상 기사화되었다. 은둔 외톨이나 고립·은둔 혹은 니트(NEET) 청년 등으로 표현했다. 언론에서 다룬 사회적 고립·은둔 청년은 취약성 포착이 핵심이다. ‘청년기본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취약계층 청년”은 고용·교육·복지 등의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는 청년으로 규정하고 별도의 지원방안 마련을 규정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에서도 청년정책의 주요 의제 중 하나다.
학계는 사회적 고립을 고립감, 외로움, 우울한 감정, 관계망의 단절, 생애과정 위기 경험, 고립 상태로의 진입과 퇴출 반복 등을 통해 개념화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관계로부터의 단절과 사회적 자본의 결핍 그리고 노동시장의 소외 형태 등 여러 뒤섞임의 상태를 규정하고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고립·은둔 청년은 전국에 54만명(5%) 정도로 추정된다. 서울(4.5%)과 제주(4.7%)의 규모도 비슷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지역적 차이도 크지 않다.
이런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는 사회적 고립 청년에게 특화된 지원체계 마련과 법제화 등 제도개선을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물론 중앙정부도 고립·은둔 청년 대책을 발표했고, 지방정부에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사회적 고립가구 지원 조례(168개)와 은둔 혹은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38개)가 제정된 상황이다. 그러나 외로움과 우울, 삶의 행복과 만족도가 낮은 다층적 위기에 처한 청년 지원 정책은 녹록지 않다. 실제로 고립·은둔 청년은 아동과 청소년기의 생애과정 속에서 다양한 위기를 경험한다. 경제생활, 가족관계, 취업 등 ‘고립’과 ‘단절’ 그리고 ‘관계성’ 문제까지 매우 복합적이다.
이 때문에 이제 막 논의가 시작되는 우리는 국내외 여러 사례들에서 시사점을 찾아야 한다. 대표적 사례로 영국은 별도의 ‘외로움’ 담당 장관까지 두고 있다. 2025년까지 모든 청년들이 집에서 나와 정기적 클럽모임, 활동, 모험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기획한다. 자발적 활동에 나설 기회를 제공하여 지속적인 사회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취지다. 이를 위해 별도의 연결형성기금까지 마련했다. 2018년 사업이 시작되면서 22개 프로젝트에 지원했다. 돌봄 청년 사업, 예술·기술개발, 장애나 질병 유경험자 커뮤니티, 사회운동·캠페인, 도시와 농촌지역 청년 교류, 지역 여성 운동 프로그램 등 매우 다양하다.
이처럼 청년의 삶에서 고립·은둔만을 다룰 수는 없다. 당사자들은 교육훈련부터 취업진로상담, 생계와 복지 등 일상의 다양한 지지체계를 필요로 한다. 청년들의 기대와 바람은 어떨까. 몇몇 청년과의 문답에서는 의미 있는 해법도 찾을 수 있다. 함께 나눈 대화에서는 “취업, 지원, 프로그램, 다양한, 서비스, 도움, 많았으면, 기회가…”와 같은 어휘들이 자주 나왔다. 국제기구(ILO, EU)에서는 고립 단계 이후의 과정까지 고민한다. 학교를 떠난 이후 취업과 사회 활동까지 지원체계를 수립하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라도 고립 청년들이 나홀로 극복에서 벗어날 사회연결 전략이 필요하다. 사회가 잠시 비빌 언덕과 쉼이 필요한 청년들에게 “동네라도 함께 걸어보자”는 대화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사회적 고립 청년의 생애과정과 삶 속에서 어떤 맥락과 이해를 해야 할지 깊은 숙제들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