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짝사랑

“나 봄 타나 봐요.” 봄앓이하는 분들이 많아. 외롭디야~. 뭔 똥차 앞에서 방귀 뀌는 소리. 난 살짝 모자란 반거충이(야무지지 못한 사람) 같아. 성격조차 모나고 까슬까슬해. 주머니 사정이 언제는 좋았더냐. 눈먼 돈 생기면 책과 음반을 친구 삼아. 길을 잃으면 운명처럼 왼쪽으로 가. 평생 외로운 좌파 아웃사이더. 슬픈 노래에 울면서 그나마 잔잔하게 살 수 있었던지도 몰라. 분주한 ‘인싸’나 ‘그럴싸’보다 친구가 적으면 또 어때. 녹색 사막 골프장은 근처에도 안 가. 지난 봄날 앞뜰 청보리밭이 내 눈엔 컨트리클럽. 마당에 공을 던지면 우리 개들이 다 찾아서 물어와. 도무지 어떤 게임도 할 수가 없어. 스스로 왕따 되어 혼자서 휴일을 보내기도 해. 누군가 꼭 봐줬으면 하고 피는 봄꽃이 핀다. 외롭게 핀 꽃들에게 반가운 친구가 되어준다.

외로움이란 작별이나 결별, 또는 ‘모쏠’ 상태에서 나오는 슬픔일진대, 그걸 이겨낼 방도를 배운 바가 없지들. 이스라엘판 삼국지 성경에도 보면 대체로 만남은 드라마틱해. 하지만 작별 하면 ‘배신, 배반’, 저주를 퍼붓다가 칼부림까지 해. 봄 타는 이들의 외로움 극복책은 짝사랑뿐인 거 같다. 짝사랑의 장점이 무려 3가지나 있는데, 첫째 연애경비 절약. 둘째 절교당할 일 없음. 셋째 상대를 맘껏 고르고 또 바꿀 수 있음. 연예인을 향한 팬심도 짝사랑의 곁가지.

며칠 전 광화문 네거리를 친구들과 걸었다. 짝사랑 여인이 보이질 않자 애간장이 녹았는지 주여~를 외치는 신자들 집회에 놀라 도망쳤다. 주머니 사정에 맞는 김치찌개를 먹고, 사진작가 임채욱형의 초대로 ‘북한산길’ 전시 구경. 이 날라리 목사보다 한 뼘 높은 ‘찍사’의 달콤하고 지독한 북한산 사랑 얘기는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짝사랑만 할래. 서울의 뒷길은 먹먹하고 혼잡해라. 지방에, 낮고 심심한 산자락에도 사람이 살고, 앞으로도 살아야 않겠는가. 이도 어쩌면 짝사랑일지 모르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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