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김치

2024.03.27 22:12 입력 2024.03.27 22:14 수정

[임의진의 시골편지]파김치

음치라고 부끄럽거나 괴로워할 일이 아니야. 여러 장점이 있는데, 노래방 출입을 즐기지 않으니 일단 돈이 굳어. 그 돈으로 쇠고기 사 먹고 잘 살아. 고성방가를 시도할 일도 없으니 경찰서에 끌려갈 일도 없어. 또 싸움질 장소에서 실렁실렁 콧노래를 부르다가 괜히 얻어터질 일도 없다. 모임 자리에 노래를 한 자락 해보라며 청하질 않을 테니 곤란을 겪을 일도 없고. 또 있는데, 엥, 까먹었다. 아무튼 음치도 있어야 가수도 있는 법. 국회의원 한번 해보겠다며 못 부르는 노래를 눈의 흰자를 내보이면서까지 ‘무조건 무조건이야~’ 부르는 장면은 어이없고 재밌다. 음치도 물론 정계 진출에 하등 지장은 없다만 표는 좀 깎아 먹을 듯.

아재 개그의 시조이자 끝판왕은 역시 최불암 시리즈. 최불암 아저씨가 전국노래자랑 심사위원. 합격은 딩동댕 댕~, 불합격은 땡~ 한 번 치면 되는데, 그보다 더 뼈아픈 땡이 바로 “파~”. 하찮고 어이없다는 투로 입을 벌린 채 “파~” 해야 재미가 배가된다. 따라서 해봅시다. 파~.

파꽃이 예쁘게 핀 봄날이다. 언젠가도 한번 얘기했지만 꽃들 중에 가장 좋아하는 꽃이 뭐냐 물으면 “파~”, 파꽃의 사연을 들려주곤 해. 파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당신도 분명 빠져들고 말 거야. 또 도레미파~ 하면서 음치라도 노래를 부르면 웃음꽃이 피어나지. 행복이 바로 거기 있다. 올해 얼마나 풍년이 들려는지 ‘파파파’ 온 나라가 파 대란. 구라파 말고 아시아파, 파를 사랑하는 나라. 밭에는 파꽃이 피고, 입술마다 ‘도레미파~’가 울리는 나라.

가는 말이 거칠어야 오는 말이 고운 세상이라지. 제 눈에 아랫사람에겐 격노와 입막음이 보통인 분들. 뜬금없이 파~ 웃으며 변하지 않겠지. 그분들 부귀권세가 종치고 파하면 세상이 좀 나아질까. 아는 누이에게 파김치 있냐 했더니 없단다. 파김치가 급~ 먹고 싶네. 친구 왈, 빈손으로 그게 되겠느냔다. 내가 그런 걸 못하니까 이리 살지. 파~ 하고 웃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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