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환경운동 워크숍…고뇌·각오와 꿈

2003.08.01 18:40

지난 7월14일부터 16일까지 지리산 실상사에서는 300명이 넘는 환경활동가들이 참여한 ‘2003 전국 환경활동가 워크숍’이 열렸다. 매년 1회 개최되는 환경활동가 워크숍은 전국에 있는 대부분의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참가해서 그 해의 환경 현황과 각 단체의 활동 및 전망을 함께 논의하고 토론하는 행사다. 올해는 특히 인드라망 생명공동체 운동을 이끌고 있는 도법 스님과 새만금 삼보일배(三步一拜)의 주역인 수경 스님이 있는 지리산 실상사에서 워크숍이 열렸다. 때문에 활동가들은 이번 워크숍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컸다.

하지만 마음 편하게 행사에 참여할 수만은 없었다. 출범 초기부터 예견되었던 노무현 정부의 반환경적인 정책 기조가 개선될 조짐이 없기 때문이다. 핵폐기물 처리장 유치 신청 마감기한이 7월15일이었으며, 또 7월15일은 서울행정법원이 새만금 사업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날이었다. 따라서 전국의 환경활동가들을 만나서 각자의 활동과 전망을 듣고 싶은 기대와 핵폐기물 처리장, 새만금 등 노무현 정부의 반환경 정책에 대한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워크숍에 참가하게 되었다.

도법 스님의 기조 강연과 한명숙 환경부 장관의 축사로 시작된 워크숍의 첫째날 주제는 한국의 환경 현실과 환경운동 10년에 대한 성찰이었다. 경제성장의 이면에 감춰진 환경파괴 문제를 성찰하고 대응책을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산술적으로만 본다면 한국의 국민총생산(GNP) 대비 환경오염 방지 지출액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인 미국이나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렇지만 2002년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환경지속성 지수에 의하면 한국은 세계 142개국 중 136위이다. 사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환경 현실은 계속 악화일로를 걸었다. 1984년 73.2%에서 2001년 88.1%로 증가한 도시화율에서 알 수 있듯이 도시 및 수도권의 인구 집중과 산업화는 필연적으로 각종 환경 규제의 완화, 산림 파괴, 자동차 증가 및 교통체증, 대기오염, 쓰레기 과다 배출, 수질 악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었다. 즉 지난 10년은 환경파괴와 악화의 10년이었다.

워크숍 둘째날은 오전 3시30분에 노고단을 등반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참여정부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환경활동가들을 북돋워 주려는 듯 하늘이 맑아 참석자들은 솟아오르는 일출을 볼 수 있었다. 이날은 주제별 모임과 토론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오전에는 소통과 공감문화 만들기, 대안경제 등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오후에는 새만금, 도로 건설과 환경파괴, 환경운동의 여성 리더십 등을 주제로 활발한 토론과 의견을 나누었다.

특별히 둘째날인 7월15일은 환경활동가들에게는 만감이 교차하는 날이었다. 이날 법원은 새만금 방조제와 관련한 일체의 공사를 중지하라고 결정했다. 반면에 전북 부안군은 같은 날 위도를 핵폐기물 처리장 후보지로 단독 신청해 며칠 후 정부에 의해 후보지로 확정되었다. 법원의 새만금 사업 중단 결정은 노무현 정부의 환경파괴 정책에 대한 사법부의 소신에 찬 심판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핵폐기물 처리장 후보지 선정은 부안군민 절대 다수의 반대를 무시하고 강행한 것으로, 노무현 정부의 환경철학과 전략의 부재를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었다.

이번 워크숍은 국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국가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여전히 개발 가치를 내세워 그나마 우리 사회가 일궈온 각종 환경정책을 무위로 돌리고 있는 노무현 정부를 상대로 환경단체와 활동가들이 다시 한번 마음 깊은 곳에서 각오를 다지는 뜻깊은 자리가 되었다.

<김낙중/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실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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