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물중심 창당 구태 없어져야

2007.05.01 17:45

〈장성호/배재대교수 정치외교학과〉

대선을 불과 몇 개월 앞두고 각 정파와 정치 지도자들은 저마다 새로운 정치질서를 창출하고 인물(대선 후보) 중심의 정당을 만들겠다며 법석을 떨고 있다. 또한 아직까지 뚜렷한 대선 후보가 확정되지 못한 채 각 세력을 망라한 총체적인 이합집산이 진행 중이다.

물론 각 후보 진영의 속내를 모르는 바는 아니나 17대 대통령 선거를 코 앞에 둔 지금과 같은 시점에서 저마다 인물 중심의 새로운 정당을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어느 누가 보더라도 대선용 1회성 정당임에 틀림없음에도 누구 하나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한다. 해방 이후 우리 정당사에는 약 300개의 크고 작은 정당들이 생성, 소멸되었다. 다양한 사회의 스펙트럼을 대표하고 있었다면 그나마 모를까, 이렇게 만들어졌다 사라진 정당은 곧, 개인당이며 사당에 불과한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정당이 가지는 본래 기능이 무엇인가? 정책과 이념에 따라 그를 지지하는 당원과 국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정권을 창출하는 것이다. 과거 우리 사회는 냉전체제로 인한 남북의 분단된 현실과 이에 따른 이념적 대립이 첨예하게 맞선 시대로 보수와 진보라는 양대 틀 속에 정당의 역사도 함께 해왔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화 시대와 함께 본격적인 국가 간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하면서 단순히 이분법적 흑백논리에서 벗어나 보다 다원적이며 유연한 중도개혁 실용주의가 그 대안이 되고 있는 시대다.

우리 정당정치도 바로 이와 같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이는 노무현 정권을 마지막으로 우리 시대의 보수·진보 논쟁, 즉 우파·좌파식의 소모적 정치싸움을 지양하고 새롭게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북한 역시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미국과의 관계개선 움직임에 힘을 보태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과거 이념 논쟁식의 관점으론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제는 남과 북의 대립과 냉전체제 시대의 산물이며 과거 진행형 구도인 보수와 진보의 정당틀을 버리고, 21세기 세계화시대와 무한경쟁시대에 맞는 미래진행형의 중도개혁주의 노선의 정당틀이 등장한다는 것은 필연적이다. 참담한 실패로 끝난 열린우리당식 100년 정당의 건설이 아니라, 국민통합과 국가 100년 대계의 원대한 꿈의 실현을 위한 꿈의 정당이 나타나야 한다. 그러한 이유에서 단순히 대선을 위한 조직으로 대선 후보 중심의 정당을 만드는 것은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전형적인 염량세태(炎凉世態)식 구태정치일 뿐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고 했다. 이젠 그 나무와 샘을 채울 진정한 정치인과 정당을 보고 싶다. 아직까지 이념적 보혁갈등을 부채질하며 계층 갈등을 고조시키고 그에 편승해 이득을 보겠다는 세력은 배격하자. 바뀐 시대를 알고 그에 맞게 적응할 줄 알며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과감하게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 버리고 국민을 위해 나설 줄 아는 큰 정치인과 정당을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염량세태형 정치인이 설 자리가 없을 그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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