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나라당 반값 등록금, 또 속일 셈인가

2011.06.01 20:40 입력 2011.06.02 01:15 수정
안진걸|참여연대 사회경제팀장

독일은 각 주마다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하는 곳도 있고, 한 학기당 등록금 상한제를 적용해 70만~80만원을 받는 주도 있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정말 소액에 불과한 그 등록금마저도 최근 폐지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뉴스에 가슴을 쳐야 하는가?

1년 등록금이 1000만원인 미친 등록금의 나라, 태어나서 대학 졸업 때까지 무려 3억원 안팎의 양육·교육 비용이 소요되는 살인적 교육비의 나라에서 국민들의 고통과 고민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한나라당이 그런 고통을 인식하고 최근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겠다고 해서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기고]한나라당 반값 등록금, 또 속일 셈인가

첫째, 한나라당 안은 하위 소득계층 50% 학생들만 적용하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어떠한 지원도 없어 등록금 때문에 등골이 휘는 서민가정에는 대안이 될 수 없다. 모든 대학생들에게 반값 등록금을 적용하든지, 최소한 최고 소득계층 대학생들을 제외한다 해도 소득 8분위 대학생 계층까지는(대략 80%) 반값 등록금 정책의 취지에 맞게 등록금을 대폭 감면해주어야 한다. 감면 폭만큼 대학들은 정부로부터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을 받아 대학을 운영하게 되고, 그에 따라 대학의 공공성, 투명성은 더욱 제고될 것이다.

둘째, 한나라당이 밝힌 2조원으로는 반값 등록금을 구현할 수 없다. 전체 등록금 총액 15조원에서 이미 지원되는 장학금 3조원쯤을 빼면 일괄적으로 반값 등록금을 적용할 시 6조원이 필요하고, 소득에 따른 차등책정을 한다 해도 4조~5조원 안팎의 예산이 필요함에도 2조원도 못 미치는 예산을 바탕으로 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일부 저소득층 장학금 확대 정책’이지, 결코 반값 등록금이 될 수 없다.

셋째, 평점 B 이상에게만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도 저소득층의 고통과 상대평가제가 실시되는 대학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 할 것이다. 지금 대학가에서는 엄격하게 상대평가제가 운영되고 있어서 규정상 학생 중 대략 25%는 B학점 이상을 맞을 수 없다.

또 저소득층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휴학과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다 보니 성적상의 불이익을 입는 경우가 많은데, 저소득층 학생들을 더 많이 지원하겠다고 하면서도 성적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넷째, 부실 대학은 지원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은 부실 대학이라 찍힌 대학의 학생들에게는 이중, 삼중의 고통을 주는 반교육적 처사이다. 혹 잘못이 있다면 대학 측에 있는 것인데,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오히려 학생들에 대한 지원은 차별없이 이루어지되, 부실 대학들은 국민 세금이 확대 지급되는 것을 계기로 교육여건을 개선하고, 학교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구성원들의 합의 과정을 거쳐 자연스럽게 통폐합을 유도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이라 할 것이다.

살인적인 교육비 부담에 시달리는 국민들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빠르면 2학기, 늦어도 내년 1학기부터는 반값 등록금이 구현돼야 한다. 최근 ‘등록금과 교육비를 걱정하는 학부모 모임’을 결성하는 등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등록금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사람을 최우선시하고, 무엇보다도 교육을 생각하는 좋은 나라를 하루빨리 만들자는 뜻일 것이다. 반값 등록금이 그 출발점이다.

정치권, 특히 집권여당은 내년 대선을 의식한 논쟁과 공방으로 더이상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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