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 구축할 적기

2017.10.01 20:16 입력 2017.10.01 20:20 수정
이종서 | EU정책연구소 원장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일 협력이라는 기본틀과 다자외교를 통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강조했다.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는 동북아 지역 안보질서가 어떤 형태로든 재편될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다. 다자외교를 언급한 이면에는 북핵으로 인한 지역의 불안정을 보다 항구적인 평화체제로 전환시키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다만 다자외교를 진행할 중재자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서 당연히 유엔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나 하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브렉시트로 인해 공동의 목소리를 잃어가고 있는 유럽연합(EU)도 북한 핵 문제에는 한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려해볼 만한 행위자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기고]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 구축할 적기

세계에서 유일하게 실질적인 다자간 안보협력기구가 없는 곳이 동북아 지역이다. 동북아 지역은 동맹과 경쟁의 양자관계만 설정되어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과거 유럽안보협력회의(Conference on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와 같은 다자간 안보협력을 달성하기에는 지역여건이 성숙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하지만 북핵 문제로 인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지금의 상황이야말로 다자간 안보협력기구에 대한 논의의 진전이 필요한 때이다.

유럽지역은 일찍이 다자간 안보협력의 필요성에 공감하여 1972~1975년에 헬싱키에서 처음으로 동서가 모두 참여한 안보협력회의를 개최했다. 이 헬싱키회의에서 1975년 ‘헬싱키 최종의정서(Helsinki Final Act)’가 도출되었다. 그 후로도 동서 유럽 국가들은 지속적이며 정기적으로 다자간 안보협력회의를 개최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이다. 유럽안보협력회의 회원국들은 1995년 1월에 기존의 유럽안보협력회의를 제도화하여 북미·유럽·러시아·중앙아시아의 56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는 거대한 안보레짐인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를 탄생시켰다.

현 정부의 대북 전략 중 하나인 다자간 안보협력을 구체화시키기 위해서는 동북아안보협력회의(Conference on Security and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에 대한 진지한 연구가 진행되어야만 한다. 동북아에서 다자간 안보협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협상의 실행이 자결성, 개혁성, 평등성의 원칙에 입각해야 한다. 첫째,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은 참여국들의 생존권과 안보이익을 스스로 결정하는 자결성의 원칙에 입각해야 한다. 지역안보가 강대국들 사이에 흥정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둘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북한 문제는 당사자 해결원칙이 존중되어야 한다. 즉,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으로 인해 한반도 분단이 고착화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체를 유엔의 지역기구로 편입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지만 유럽연합을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체 구축에 중재자로서 활용하는 방법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유럽연합은 다자간 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다자간 협상에 참여할 의지가 있으며 핵협상 당사국들 간의 불신을 감소시킬 수 있다. 유럽은 이미 안보협력회의를 통한 포괄적 안보체제를 이용, 협력을 이끌어 낸 바가 있다. 유럽연합은 이익이 있을 때 행위자들 사이에서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독특한 능력을 지닌 관료집단이다. 서로 다른 이익을 추구하는 6자회담 참여국들과는 달리 유럽연합은 제3자의 입장에서 북한을 바라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유럽연합은 북핵 문제에 혁신적인 제안을 할 수 있는 존재로 볼 수 있다.

유럽안보협력기구의 발전과정에서 나타난 경험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오랜 시간에 걸쳐 발전시켜온 의제의 선정 요령과 이를 통한 신뢰구축의 경험을 동북아에 적절히 적용하여 활용한다면 역내의 안보 불확실성을 상당한 정도로 축소시켜 줄 수 있는 의제를 개발하여 보다 효과적인 다자간 안보협력체를 가동할 수 있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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