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와 교통체증 베이징…다시 ‘자전거’에 주목하다

2010.02.01 18:01 입력 2010.02.01 18:02 수정
조운찬특파원

중국인민대학의 저우 교수는 ‘자출족’이다. 올해 56세인 그는 출퇴근은 물론 외출할 때면 어김없이 자전거를 이용한다. 그의 자전거는 ‘페이거’ ‘펑황’과 함께 중국 3대 자전거 브랜드로 꼽히는 ‘융주’(永久)표이다. 그는 이 자전거를 10년 넘게 타고 있다. 그에게 자전거는 분신과 같은 존재다.

베이징에서 발간되는 ‘경화시보’는 지난주 저우 교수의 자전거 사연을 소개했다. 그가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것은 7세 때인 1961년. 지난 50년간 모두 4대의 자전거를 탔다. 자전거 1대당 15년씩 사용해온 셈이다. 생산이 크게 부족한 60년대 저우 교수의 부모는 자전거를 사는 데 5개월치의 수입에 해당하는 156위안을 지불했다. 당시 자전거는 재봉틀, 손목시계와 함께 가정의 3대 애호품(三大件·싼다젠)이었다.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중국에 저우 교수와 같은 사연은 얼마든지 있다. 70년대 100만대를 넘어선 베이징시의 자전거는 93년 600만대를 돌파하며 절정에 달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은 ‘자전거 왕국’이었다. 출퇴근 때 톈안먼광장의 창안제를 가득 메운 시민들의 자전거 물결은 베이징의 상징으로까지 비쳐쳤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베이징의 중심가에서 자전거 행렬은 눈에 띄게 줄기 시작했다. 그 자리는 자동차가 대신했다.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베이징 시민의 80%가 자전거로 외출을 했지만 지금은 20%도 되지 않는다. 지난해 베이징의 자동차 수는 400만대를 넘어섰다. 매일 1500대의 신차가 시내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경제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추세라지만 베이징은 환경오염과 교통체증이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을 전후해 반짝 개선됐던 대기환경은 다시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교통체증은 이제 다반사가 되었다.

베이징시가 자전거를 주목한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주 시 당국은 자전거 부흥조치를 발표했다. 설 땅을 잃어가는 자전거를 되살려 오염과 교통체증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베이징시는 자전거 정책을 도시도로교통 계획안에 포함시켰다.

눈에 띄는 것은 자전거의 통행권 보장이다. 시는 그간 자가용, 버스에 빼앗긴 자전거 도로를 원상 회복시키기로 했다. 시내 후통과 같은 골목거리, 상업중심지역, 그리고 새로 건설하는 주택지역에는 자전거전용구간이 들어선다. 또 버스터미널, 지하철 환승역에는 자전거 주자창을 마련하고 올해 안으로 시내 149곳에 자전거 대여점을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시는 이러한 정책을 통해 5년 내에 자전거의 교통분담률을 23%까지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베이징시가 자전거를 교통수단의 하나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는 분명 박수 받을 일이다. 이를 통해 ‘자전거 왕국’의 명성까지 회복하게 된다면 금상첨화이다. 그런데 자전거 진흥방안이 발표된 다음날 궈징룽 베이징 부시장은 “내수 확대와 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해 자동차 구매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자동차 규제 없는 자전거 진흥계획은 공염불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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