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잇단 음모론 실체 뭔가

2003.08.01 18:40

양길승 청와대 부속실장의 ‘향응접대 파문’을 보면 ‘청와대 왜 이러나’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양실장이 질펀한 향응을 받고 접대부들과 어울리는 현장이 공개된 언론보도는 충격적이다. 게다가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음모설까지 불거져나와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기강해이에 엄정대처하기보다 제식구 감싸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니 민심을 모르는지, 아예 담을 쌓은 것인지 알 수가 없을 지경이다.

양실장의 행태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는 사안이지만 더욱 큰 문제는 최근 여권핵심부에서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는 음모론이다. 정대철 음모론, 386 음모론, 제2 음모론 등 마치 청와대가 음모론의 온상이 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이번 사건을 놓고도 갖가지 억측과 해괴한 소문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양실장의 사표수리와는 별개로 음모론의 실체를 철저히 규명, 엄정한 조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누가, 무슨 의도를 갖고 일일이 향응 현장을 촬영한 뒤 비디오테이프를 언론사에 보냈는지 진상을 밝혀야 한다.

청와대는 이번 파문을 양실장의 단순한 실수나 청와대 흡집내기 의도라는 식으로 상황을 호도하려 해서는 안된다. 왜 음모론이 횡행하고 권력주변 인사들의 기강해이 사건이 연거푸 일어나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자질과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이 대선 기여도와 ‘코드’를 앞세워 요직을 차고 앉아 끼리끼리 패를 가르고, 일이 터져도 솜방망이 징계로 제식구 봐주기를 한 결과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마추어리즘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청와대를 전면 개편, 심기일전의 전기로 삼기 바란다. 지금같은 혼란이 계속돼서는 개혁은커녕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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