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노총의 될 사람 밀어주기?

2007.03.01 17:38

한국노총이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엊그제 열린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대선후보 지지 여부와 지지 대상 후보를 결정한다’고 결의한 것이다. 절차상으론 지지 여부에 대해서도 의견을 묻는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오는 10월쯤 지지 후보를 결정해 선거에 직접 개입한다는 방침이 서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한국노총 사상 처음으로 특정 대선 후보를 지지하게 되는 셈이다. 1997년 박인상 노총위원장이 김대중 후보 지지를 선언한 적이 있으나, 개인 차원이었을 뿐 단체 명의의 지지는 아니었다.

노동조합이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대통령 선거에서 자기 이익에 부합하는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행위는 결코 나무랄 일이 못된다. 일부에선 노조의 정치활동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지만, 성숙된 민주주의라면 전향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옳다. 현행법으로도 노조의 특정 후보 지지 활동은 보장돼 있다.

문제는 지지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다. 한국노총은 지지 후보 결정을 위해 만드는 후보검증용 평가지표에 ‘당선가능성’도 포함시킨다는 방침이다. 그것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기본적으로 될 사람을 밀어주겠다는 의도가 묻어난다. 한국노총의 노선과 정책에 부응하는 후보를 지지하는 게 아니라 ‘될 것 같은’ 후보를 밀어준다면 그것은 정치활동이 아니라 줄서기일 뿐이다. 민주노동당 후보는 처음부터 지지 후보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정상이 아니다. 민노당이 경쟁관계에 있는 민주노총과 긴밀한 관계여서 달갑지 않으리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나, 원천적으로 제외하려면 후보 검증은 무엇 때문에 한단 말인가.

이용득 위원장은 대의원대회에서 “대통령 후보와의 정책연대를 통해 대통령 선거를 반드시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했다. 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애쓰는 집단은 노조가 아니라 정당이다. 노조가 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마음을 먹는 자체가 도를 넘어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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