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합하자면서 중대결단 압박하나

2010.03.01 22:54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3·1절 기념사에서 국민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대립과 갈등으로 국민이 분열되어서는 선진화의 길을 갈 수 없다”면서 “작은 차이를 넘어 더 큰 가치 속에서 화합하는 공화의 정신”을 강조했다. 타당한 지적이다. 분열을 치유하고 통합을 이루어내는 것은 한국 사회의 주요 과제이다. 그 중요성에 대해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아도 실천하는 이는 적다는 데 있다. 그런 면에서는 이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도 통합을 강조했지만, 지난 2년 통합은 성공적이지 못했고,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은 이 대통령이 져야 할 것들이다. 시민들이 바라는 것과 다른 것을 하고, 시민들이 하지 말라는 것을 강행한 이는 다름 아닌 바로 이 대통령 자신이었다. 선진화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면서 반대를 무릅쓰고 논쟁적인 의제를 밀어붙인 이도, 그로 인해 사회 전반에 통합의 바람 대신 분열의 기운을 퍼뜨린 이도 이 대통령이었다.

그제도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통합과는 배치되는 세종시 수정 강행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세종시 수정안이 한나라당 중진 협의체를 통해서도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지지부진하게 갈 수는 없지 않으냐”면서 “이 대통령이 때가 되면 중대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전후 맥락을 고려할 때 중대 결단에는 세종시 수정 포기의 순리를 따르기보다 권력자의 결심을 관철하고, 다수 의사와의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위험한 열정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한나라당이 대통령의 희망대로 세종시 당론을 번복하거나, 국회에서 세종시 수정을 관철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그 때문에 정당정치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국민투표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민투표는 위헌적일 뿐 아니라, 문제 해결의 정도도 아니고 나라를 분열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어지럽히는 악수가 될 수 있다.

물론 국민투표의 실현 가능성은 낮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중대 결단 운운은 파국을 내세워 정치권을 부당하게 압박하고 시민을 위협하는 협박 정치의 혐의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루 사이에 분열과 대결의 언어, 통합의 미사여구(美辭麗句)가 뒤섞인다면 과연 어느 시민이 대통령의 진심을 이해할지 걱정스럽다. 중대 결단의 압박과 통합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이 대통령이 진정으로 통합하고자 한다면, 3·1절 기념사대로 “소모적인 이념 논쟁을 지양하고, 서로를 인정·존중하며 상생적인 실천방법을 찾는 중도주의”를 스스로 실천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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