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간인은 불법 사찰, 공직자 비리는 눈감았나

2010.07.01 23:02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민간인을 불법으로 사찰한 사실이 밝혀진 데 이어 고위 공직자의 비리를 눈감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서는 안되는 일에는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반면, 정작 해야 할 일은 흐지부지했다는 얘기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도대체 어떤 조직이며 어떤 일을 해왔는지 국민의 의혹이 커질 수밖에 없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그제 의원총회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이 2008년 당시 조홍희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의 비리 혐의를 확인했으나 이인규 지원관이 사무실로 불러 주의만 주고 끝냈다”고 말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조 국장의 비리 의혹을 제보받고 암행조사한 결과 강남 룸살롱을 2주간 10차례 출입하는가 하면, 한 재벌의 법인카드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 지원관도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조 국장이 룸살롱 출입이 잦다는 소문이 있어 사전 예방 차원에서 불러 구두 주의를 줬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여야 의원들은 “징계절차를 밟지 않은 것은 관례에 벗어났다” “박연차 세무조사를 진두 지휘한 조 국장을 권력이 비호해준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으나 문제로 부각되지 못했다. 그런데 그 뒤 조 국장이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엊그제 서울지방국세청장으로 승진하면서 다시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누가 봐도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취한 조치는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다. 비리 혐의가 적발됐으면 당연히 기관장인 국세청장에게 통보해 징계토록 해야 했다. 설사 비리 혐의가 뚜렷하지 않아 경고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더라도 마찬가지다. 이 지원관이 직접 나설 일은 아닌 것이다. 야당의 지적처럼 박연차 특별세무조사의 주역인 조 국장의 비위가 드러나자 권력 핵심부가 입막음 차원에서 이 지원관을 통해 눈감아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공식 지휘·보고체계를 거치지 않고 별동대처럼 청와대와 소통하고 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지금 공직윤리지원관실은 불법 사찰로 한 민간인의 인생과 재산을 송두리째 빼앗고, 다른 한편으론 고위 공직자의 비리를 은폐해 요직에 승진될 수 있게 도와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루 빨리 국정조사 등을 통해 진상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지체될수록 국민의 의혹만 커질 뿐인 만큼 정부·여당도 소극적으로 대처할 일이 아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과거 경찰청 ‘사직동팀’처럼 음지화·권력화한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맡아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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