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정만 보다 안전 방치한 CNG버스 폭발 사고

2010.08.10 23:35

서울 도심에서 어제 운행 중이던 압축천연가스(CNG) 시내버스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20대 승객이 다리를 크게 다치는 등 승객과 행인 17명이 부상하는 인명피해가 났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고는 시커먼 매연을 내뿜지 않는 친환경 차량이란 이유로 2002년 이래 서울 시내버스의 96%를 대체해온 CNG버스 보급정책이 청정성만 앞세우다 안전성을 소홀히 한 결과가 아니냐는 의심을 낳게 하고 있다.

사고 버스는 8개 CNG용기 중 한 개가 폭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용기불량이나 정비소홀에서 비롯됐을 개연성이 크다. CNG버스는 기화과정을 거친 액화천연가스를 연료로 하는 만큼 폭발 위험이 상존한다. 이번 사고 말고도 2005~2008년 사이 전국에서 7차례의 CNG버스 폭발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그간 전문가들이 정기 점검 의무화 등 제도 보완 필요성을 역설해왔을 정도로 CNG버스의 안전성 약점은 새삼스러운 문제가 아니었다. CNG버스 폭발은 보급에 열중하다 감독에 소홀했던 관계 당국과 안전을 등한시한 버스회사들의 합작품인 셈이다. 시민의 발인 시내버스가 안전 사각지대에서 운행되고 있다면 이처럼 끔찍한 일도 없다.

이번 사고의 원인(遠因)은 근시안적인 CNG버스 보급 정책이라 할 수 있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꼽힌 디젤버스를 대체하기 위해 CNG버스가 도입됐다. 당시만 해도 CNG의 청정성은 매력적이었다. CNG버스는 안전성과 더불어 연료효율이 낮다는 약점이 있었지만 매연이 없다는 강점에 묻히고 말았다. 정부는 보조금과 세금감면 혜택을 주며 CNG버스 보급 드라이브를 걸었다.

문제는 클린디젤 엔진처럼 CNG에 비해 매연과 이산화탄소 배출은 비슷하면서도 연비가 크게 개선된 신기술이 속속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청정성만이 아니라 에너지효율도 고려하는 종합적인 관점에서 CNG버스 보급 일변도 정책의 재검토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도심 시내버스 폭발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사고다. 재발을 막으려면 큰 틀에서 섬세하게 곳곳을 살펴야 한다. 불의의 참변을 당한 피해자들의 치료와 보상에 인색해선 안된다. CNG버스의 안전성 제고를 위한 제도 보완을 서둘러야 함은 물론이다. 아울러 안전하면서도 청정하고 에너지효율도 높은 기술 혁신이 적용될 수 있도록 시내버스 보급 정책을 손보는 노력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