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PD수첩’ 불방과 국토부의 해괴한 주장

2010.08.20 22:55

사상 초유의 MBC 「PD수첩」 불방사태 후 4대강 사업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가 해괴한 주장을 하고 있다. 국토부는 엊그제 보도자료를 통해 “「PD수첩」에서 예고한 내용을 인용해 보도한 기사를 20일 정오까지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PD수첩」 홈페이지에서 삭제된 방송내용을 그대로 인터넷에 게시해 두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국토부는 또 “인터넷에서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는 허위사실에 대해서는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와 함께 대응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토부의 주장은 아무런 논리적 근거가 없다. 첫째, 국토부는 「PD수첩」 방송 내용 중 ‘비밀팀 조직’ ‘4대강 수심 6m’ ‘영포회’ ‘운하’ 등 문구가 바뀌었는데 그대로 두는 것은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PD수첩」 쪽은 국토부와 회사 측의 요구로 일부 표현을 완화시켰을 뿐 그것이 곧 허위사실임을 인정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가령 비밀팀이란 문구를 태스크 포스란 표현으로 바꿨다고 한다. 이런 것을 두고 허위사실로 모는 것은 지나친 억지다. 둘째, 법원의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 자체가 방송이 허위사실이란 국토부 주장을 배척한 것이다. 그렇다면 국토부는 언론 보도 후 정정·반론보도 등을 통해 자신의 주장이든 해명이든 내놓는 것이 순서다. 정작 「PD수첩」은 불방 상태에서 정상방송을 기다리고 있는데 타 매체의 인용보도를, 그것도 보도자료를 통해 문제삼고 삭제하라는 것은 몹시 비정상적인 행태다.

김재철 MBC 사장이 「PD수첩」을 ‘육탄 저지’한 데 이어 국토부가 보이는 총력 대응에는 필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PD수첩」 제작진이 방송보류 결정을 알기도 전에 국토부가 이미 불방될 것임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도 나오고 있다. 이것은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언론자유를 일거에 부정하는 야합이 방송사 안팎에서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국토부가 무리한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은 「PD수첩」 불방 사태가 권력과의 연계 속에 이뤄졌을 개연성을 높인다.

시사교양국 PD들이 천명한 대로 문제의 본질은 4대강에 있다. 이들은 “이미 다른 방송사에서 4대강 보도는 사라졌고 MBC에도 그런 현실이 밀어닥쳤고 언론자유가 벼랑 끝에 와 있다”고 말했다. PD들은 김재철 사장이 사과하고 다음주에 결방된 「PD수첩」을 정상적으로 방송하라고 촉구했다. 우리는 그것만이 사태 확산을 막는 지름길이라고 믿는다. 다른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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